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월요일도 아닌데 이상하게 길이 밀린다. 창밖을 기웃해 보지만 꼼짝않고 서 있는 차들만 눈에 들어올 뿐. 이러다 지각하겠네. 지하철로 갈아탈 수도 없고, 내려봐야 어차피 이 버스노선 그대로 가야 회사에 도착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벌써 한 자리에 서 있은지 10분이 넘어가는 버스 안에서.. ┠그 남자의 날씨 2007.10.09
비를 맞다 비가 내린다. 가을에 무슨 비가 이렇게 계속해서 내리는 거냐고 투덜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남자는 아무 느낌없이 걷고 있다. 횡단보도에 선 남자가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진다. 담배를 찾아 물고 라이터에 불이 붙이던 남자의 시선이 멈칫한다. '는개'라고 하던가... 이런 비는. 빗속에 어떤 여자가 펴지.. ┠그 남자의 날씨 2007.09.29
버스정류장에서... 모처럼 외근을 나온 남자가 버스 정류장에 서 있다. 남자는 아침저녁에는 서늘해서 몰랐는데 한낮에는 아직도 여름이구나, 생각을 하며 쟈켓을 벗어 든다. 중앙차로로 버스 정류장이 이전한 후에는 나무 그늘이 없다. 그뿐이 아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에 지칠때면 사 마시던 캔커피가 그립지만.. ┠그 남자의 날씨 2007.09.13
헤어지던 날(2) 언젠가 여자가 말했었다. -나 사실은... 그때 슬픈 척 했었다. 정말 슬픈 상황인 건 알겠는데 아무 느낌이 없는 거야. 그래서 할 수 없이 슬픈 척 했어. 그치만 뭐.. 낼이면 정말 슬펐을 거니까 거짓말은 아냐 사랑이 막 시작될 즈음이었다. 막상 고백을 해 놓고 나니 덜컥 겁이 난 남자가 그 말을 취소하.. ┠그 남자의 날씨 2007.08.28
헤어지던 날 (1) -우리.. 그만 헤어지자. 여자의 말에 남자는 잠깐 멍해졌다. -응? -헤어지자고, 그만 -왜? 아까... 극장에서 남자가 손을 잡을 때마다 자꾸만 슬그머니 빼 가던거... 이 말을 하려고 그랬던 거구나. 극장에 오면 먹어주는 게 예의라고 하던 팝콘을 먹지 않겠다고 한 것도 이 말을 하려고 그랬던 거구나.. 남.. ┠그 남자의 날씨 2007.07.25
그와 그녀 10 시험기간이 다가오면서 학교 도서관에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나도 공부를 해야하는데 매일 아침부터 도서관에 와 있으려니 공부가 안 된다. 그녀가 5층으로 자리를 옮겨서 사람이 적기는 하지만 이렇게 펑 뚫린 공간에서는 도무지 집중이 안된다. 괜시리 옆자리의 그녀를 흘끔거리고만 있다. 그녀는 .. ┠그 남자의 날씨 2007.06.17
눈물나게 맑은 봄날이야! 남자는 아침에 그만 늦잠을 자버렸다. 알람을 끄고 잠깐 누워 있었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지도 않았으니 다시 잠이 든 건 아니었다. 그냥 좀 멍하니 누워있었을 뿐이었는데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허둥대며 뛰어나왔는데 15분에 한대씩 오는 버스는 방금 출발한 참이었다. 아직 신호에 걸려.. ┠그 남자의 날씨 2007.05.23
생선가시 발라주는 남자 모처럼 일이 일찍 끝난 저녁이다. 신입사원 지환이와 퇴근하는 길이었다. - 배고픈데... 밥이나 먹을까? - 술이 아니고요? - 응. 오늘은 술보다는 밥이 땡기는데. - 좋습니다. 뭐 먹을까요? - 글쎄... 생선구이 어때? 고등어구이를 시키자 바로 상이 차려진다. 김치, 나물, 전, 멸치 볶음에 찌개까지. 겨우 5.. ┠그 남자의 날씨 2007.04.23
커피는 종이컵에 마셔야 제맛 날씨가 미친거 아냐... 내내 따뜻하게만 지나가던 겨울에 느닷없이 함박눈이 쏟아지다니... 하늘을 보며 누구나 하는 말이다. 날씨 정말 미친 거 아닐까? 봄이 그냥 오는지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고 남자는 생각한다. 여자는 환경문제라면 곧잘 흥분하고는 했다. 사실은 씻기 귀찮아서면서 커피는 종.. ┠그 남자의 날씨 2007.03.09
눈물나게 매운 불닭 남자는 비가 오면 매운 불닭이 생각났다. 그 날, 먼저 헤어지자 말한 그녀는 배가 고프니 밥을 먹자고 했다. 그리고는 불닭집으로 들어갔다. 눈물 콧물 흘려가며 너무 맵다.. 근데 맛있네.. 왜 안 먹어? 혼자 먹기엔 너무 많단 말이야. 하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여자들이 헤어져서 울고 불고 하다가.. ┠그 남자의 날씨 2007.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