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에게 인사말을 하는 수녀님의 마이크를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하필 오늘 이렇게 앞자리에 앉아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눈과 울음을 참으며 말씀도 해야 해서 입물을 깨물수도 없는 입주변 근육의 복잡함과 마이크를 꽉 잡을 수도 없을 만큼 떨리는 손가락 하나하나까지가 너무나 잘 보인다. 웃는 듯, 우는 듯 감정이 어떤 모습을 보여야할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듯 그날 새벽 엉엉 소리내어 울어버렸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가슴이 아팠다. 그날이 아니었으면 오늘이었겠지? 이미 겪은 일이고 지나간 시간인데 이상하게 그날 그 시간이 여기에 옮겨져 있는 것 같다. 아니, 내가 과거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