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1 여자가 커다랗고 하얀 수건으로 방금 샤워를 마친 몸을 돌돌말고, 혹시나 흘러내리지 않을까 염려하며 매듭을 한번 더 확인하고는 욕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남자는 여느때처럼 말끔한 셔츠에 타이를 매고 쟈켓까지 걸친 상태로 서 있었다. 여자의 눈에 유난히 하얀 셔츠가 확대되어 들.. ┠그 남자의 날씨 2013.02.04
연애의기술1 선명하게 그러나 아련하게 연애의 기술 1. 선명하게 그러나 아련하게 사랑이 한 순간에 풍덩 빠지는 건 줄 알았어.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가는 건지 몰랐어.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매일 티격태격 싸우던 철수와 사랑에 빠진 걸 알게 된 춘희는 그렇게 혼잣말을 한다. 춘희는 오랫동안 짝사랑 해온 남자가 있다. 그 남자.. ┠그 남자의 날씨 2009.11.10
B 이야기 B가 겨울마다 입는 코트는 만든지 족히 30년은 된 것이다. 짙은 감색에 벨벳으로 된 원단이 아주 무거운 코트다. 안감은 닳고 닳아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안감에는 양복점 이름이 선명히 남아 있는 그 코트는 그의 아버지가 입던 옷이라고 했다. 이제는 더 이상 따뜻하지도 않으면서 무게에 어깨가 짓.. ┠그 남자의 날씨 2009.07.04
출근길 3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까지 가는 길 남자는 자꾸만 걸음이 빨라진다. 그리고는 회사 앞 횡단보도가 보이기 시작하면 긴장이 풀린다. 어제도, 그제도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생각했었는데... 길을 걷다가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으니 '몸은 괜찮은지 물어볼까?' ..... ┠그 남자의 날씨 2008.11.17
출근길 2 "길을 걷다가......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죽을 뻔 해 본적 있어요?" 여자는 참 잘 웃는다. 사람들 사이에 있는 여자는 거의 언제나 웃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출근길에 마주치는 여자는 5분, 10분.. 함께 걸어가는 시간 동안 말이 없다. 인사도 눈인사나 고개를 까닥이는 정도이니 목소리를 .. ┠그 남자의 날씨 2008.09.16
그만 헤어지자자고 남자는 그때 몹시 피곤했다. 경쟁사와 업적 경쟁이 붙은터라 연일 행사가 끊이질 않아서 행정업무며 행사진행으로 연일 계속 야근이다. 게다가 짬짬이 지쳐가는 직원들 사기를 돋운다며 회식까지 잦아진 참이다. 여자는 바쁘다며 매일 회식가는 남자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바쁜데 회식할 시간이 .. ┠그 남자의 날씨 2008.08.14
빈 빨대 빠는 소리 그렇게 폭우가 쏟아지던 때에는 '장마는 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비 좀 그만 내렸으면...' 했는데 사람 마음이란 게 어찌나 간사한지 내리쬐는 햇볕에, 땅에서 반사되어 올라오는 열기에,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것조차 곤혹스러운 날이 계속되자 절로 '비라도 한번 내려주지!' 하는 마음이 든다. 아이스.. ┠그 남자의 날씨 2008.08.07
출근길 1 -길을 걷다가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죽을 뻔 해 본적 있어요? 원래 이 길은 여자의 출근길이 아니다. 대부분의 회사 사람은 이보다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회사 앞까지 가는 마을 버스를 이용하지만, 남자는 일부러 한 정거장을 더 와서 15분 정도를 걸어서 회사에 들어간다. 그런데 요즘들어 가.. ┠그 남자의 날씨 2008.07.02
좋아하는 마음이 비밀이어야하는 까닭 처음에 그 사람은 나를 보면 언제나 웃었어 너무 먼 거리에 있어서 사람의 윤곽은 보이지만 정확하게 누군지는 알아보기 힘든.. 그런 때에도 웃는 얼굴 때문에 그 사람인지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나를 보면 언제나 환하게 웃어주었어 남자도 웃는 얼굴이 예쁘다는 걸 그 사람 때문에 알게 됐.. ┠그 남자의 날씨 2008.05.05
뒷모습 헤어지고 3개월 쯤이 지났을 때 여자에게 전화가 왔었다. -후회가 돼... -미안해... -알아, 되돌릴 수 없다는 거... -미안해... -헤어지자고 말한 사람은 나야... 나, 너무 바보같지? -아니 -오늘은 내가 먼저 끊고 싶어 끊긴 전화기 저편에서부터 건너오는 적막감. 늦은 밤이어서 인지 혼자 있는 방안으로 그 .. ┠그 남자의 날씨 2007.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