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날씨

헤어지던 날(2)

약간의 거리 2007. 8. 28. 14:58

언젠가 여자가 말했었다.

-나 사실은... 그때 슬픈 척 했었다. 정말 슬픈 상황인 건 알겠는데 아무 느낌이 없는 거야. 그래서 할 수 없이 슬픈 척 했어. 그치만 뭐.. 낼이면 정말 슬펐을 거니까 거짓말은 아냐

 

사랑이 막 시작될 즈음이었다.

막상 고백을 해 놓고 나니 덜컥 겁이 난 남자가 그 말을 취소하겠다고 했을 때였다.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싫다는 사람마음 굳이 돌려놓더니 이제와서 그러는 게 어딨냐고 소리도 못내고 눈물만 흘리고 있던 그녀였다. 다음 날 학교에 오지 않는 여자가 걱정돼 저녁내 남자는 여자를 찾아 돌아다녔었다. 그리고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숏컷트를 하고 나타난 여자와 마주쳤을 때 남자는 가슴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거짓이었다니! '난 여우보다는 곰이 좋아.' 하고 말했었다.

 

 

- 그만 헤어지자. 하는 말을 듣는 순간, 남자는 가슴이 '쿵!'하고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참 막막한데, 정말 가슴이 떨어져 내린 걸까? 그래서 감정이 멈춰버렸나?

머리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빠릿빠릿 돌아가면서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슬프다, 아프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러지 말라고 말해야지,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장난인거야? 너무 암담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화를 내야 하는 걸까?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머리는 너무나 냉정하게 지금의 느낌과 자극들을 하나씩 정리해 주고 있는데... 그런데 가슴은 아무 것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때의

그녀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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