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미친거 아냐... 내내 따뜻하게만 지나가던 겨울에 느닷없이 함박눈이 쏟아지다니... 하늘을 보며 누구나 하는 말이다. 날씨 정말 미친 거 아닐까? 봄이 그냥 오는지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고 남자는 생각한다.
여자는 환경문제라면 곧잘 흥분하고는 했다. 사실은 씻기 귀찮아서면서 커피는 종이컵에 마셔야 제맛이라는 이유를 대며 늘상 종이컵 쓰면서도 장바구니 들고 가서 비닐 봉지 안 받아 온다고 당당히 큰 소리 치고, 여러번 쓰면 안 좋다는 이유로 매일 플라틱병에 들어있는 물 새걸로 사 마시면서도 테이크아웃 커피숍에 가서는 테이크아웃 해가면 안된다고 그냥 머그잔에 받아서 먹고 가야 한다고 우겨대기 일쑤였다.그러면서 사람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나.. 일단, 환경에 관심을 갖고 하나라도 실천하는게 중요하다는 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겨울엔 따뜻하고 봄은 춥고, 한겨울에만 내리는 줄 알았던 함박눈이, 봄날 매일같이 내리는... 이렇게 이상한 날씨를 봐도, 여자 생각이 나니 남자는 미칠 것만 같았다.
전화를 해 볼까... 눈이 오니까... 핑계거리도 좋잖아. 싫어할까? 반가와하지 않을까? 나를 스토커처럼 생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뭐.. 그러면 어때? 그렇게 생각되면 다음부터는 안하면 되지.
한참을 실갱이를 하다가 결국엔 하자.. 는 마음이 이겨버렸다.
남자는 전화를 건다. 받지를 않는다. 아, 발신자번호표시. 스토커라고 생각하면 아예 받지 않겠지. 그러게 그냥 삐삐면 좋았잖아. 눈이 온다.. 옷은 따뜻하게 입었니? 건강해라.. 뭐 이렇게 그냥 좀 분위기를 타는 인상만 남길 수도 있었는데...
남자는 핸드폰 컬러링을 들을 때만큼 시간이 더디갈 때가 없다고 생각한다. 컬러링이 두번째 돌아간다. 겨우 30초가 흘렀을 뿐인데 설렘, 불안, 후회, 미련, .. 온갖 생각들이 모여 꽤 그럴듯한 시놉을 한 편쯤은 쓰고 있다. 두 번을 걸 용기가 남자에게는 없다. 술도 마시지 않았고, 눈은 내리지만 밖은 아직 환한 대낮이고, 무엇보다도 눈은 비만큼 센치하지는 않은 법이니까.
바람에 꿋꿋이 버티다가 부러져버리는 나무보다도,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가 왜 더 강하다고 말하는지... 이제서야 남자는 알 것도 같다고 생각한다. 기억은 절대로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는 창밖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나뭇잎에도 가슴을 혼통 휘저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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