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558

고해성사

고해성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톨릭신자들은 상시 고해성사를 하지만 일 년에 두 번, 부활을 앞둔 시기와 성탄을 앞둔 시기에는 고해성사를 의무로 하고 있다. 고해성사 후 사람들의 표정 변화, 그런 것을 세심하게 묘사하게 그것이 엄청난 은총 내지는 기적과 같이 표현하는 책을 본 적이 있다. 기쁨과 은총은 그렇지만, 그냥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가톨릭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는 그렇게 은총으로만 와 닿지는 않는다. 고해는 말 그대로 죄를 고백하는 것이다. 고해 성사에는 단계가 있는데 성찰, 통회, 정개(회심), 고백, 사죄, 보속이다. 우선 자신이 지은 죄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반성한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기도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나면 고해소에서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고 사죄를 받고, 이후 보..

┎thought 2021.03.27

엄마의 졸업식

오늘은 엄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다. 가난한 집의 6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난 엄마는 형제 중 유일하게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바로 위의 큰 언니는 몸이 많이 아팠고, 줄줄이 동생들이 있었던 언니는 마치 맏딸처럼 살림도 해야 했고, 동생들도 돌봐야 했다. 친구들이 모두 학교를 가던 해에 친구 따라 학교에 갔지만 학비를 내지 않은 탓에 늘 선생님의 채근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갈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래도 혼자 공부를 해서 겨우 한글을 떼기는 했지만 복잡한 받침은 잘 몰랐고, 쓰는 것은 쉽지 않아서 회사를 다니면서 뭔가 서류를 써내라고 할 때마다 몹시 긴장했었다고 한다. 직장은 정년 퇴직하고, 30여 년을 병시중 하던 남편이 죽고 분명 쉼이 필요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던 엄마..

┎thought 2021.02.23

피해자에게 먼저 공감해야

학폭 피해자들의 폭로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동안에는 언론에 보도가 안 된 채 그냥 조용히 묻혀 버려 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유명인이 되고, 학폭 가해 사실이 폭로되고, 그 유명인의 삶은 한 순간 무너져버리고. 그러면서 어렸을 때 한 번의 실수로 왜 그 사람의 삶 전체가 무너져야 하나, 하는 소리들도 들려온다. 나도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게 생각한 어떤 유명한 사람의 학교 시절 폭력 가해 행동에 대한 피해자의 폭로가 들려올 때, 첫 번째 마음은 '설마? 진실이 아니겠지.'이다. 그런 마음이 어느 정도는 계속 있다. 그런데 욱해서 한 번 누군가를 때린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정성 들여 그걸 폭로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쪽의 마음이 훨씬 크다. 물론 그런..

┎thought 2021.02.22

다른 삶 꿈꾸기

"쌤은 관리자가 되는 건 어때요?" 관리자라.... 그건 나랑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왜냐하면 나는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피해를 받는 것도 원하지 않고, 남의 일에 특별히 관심이 있지도 않으며 개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남들도 내 영역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렇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에 어떤 직장에 다닐 때에도 중간관리자 자리를 주는 순간에 바로 그만둬 버렸다. "그게 왜 그렇게 싫었어요?" "음.. 억울하니까. 일 잘 못하는 사람들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더 피곤해 지는 게 싫었어요."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일에서 억울해하면서 살았다. 남들은 하물며 그냥 복사를 하나 부탁해도 제대로 해 주지 않아서 결국 내가..

┎thought 2021.02.17

설 명절에 한 일

어디를 가지도 못하고 - 사실 명절에는 원래 어디도 가지 않는다 - 누구를 만나지도 못하는 코로나 사태 속의 설 명절. 심심하지만 나름 알차게 시간들을 보냈다. 1. 새해 인사 카드 만들기 코로나19로 갇혀 있기 시작하면서부터 온라인으로 듣기 시작한 캘리 강의.. 아직은 어색하지만 예쁘게 잘 쓴다는 동생의 격려에 힘입어 새해 카드도 만들어 봤다. 물론 나는 글씨만 쓴거고, 디자인은 동생이 해 주었다. 2. 새뱃돈 봉투 만들기 명절이라고 해서 요즘은 특별히 음식을 만들지도 않으니 명절 전날 아침을 먹고나서부터 바로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 엄마한테 드릴 것, 조카한테 줄 것으로 새뱃돈 봉투 디자인에 돌입. 금딱지 붙어서 돈 많이 들어오는 봉투를 만들고 싶었는데 캘리풀펜을 어디다 둔 것인지 찾을 수가..

┎thought 2021.02.15

유연성과 거짓말

아침 출근길 아파트 입구 작은 도로에 신호등이 있다. 출퇴근 시간에 큰 도로로 합류하는 입구가 되어서 나가는 차가 많다. 나는 사실, 이런 걸 고백해도 되나? 신호등을 좀 잘 안 지키는 편이다. 물론 큰 도로에서는 잘 지키지만, 이면도로나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길에서는 대체로 그렇다. 그래서 이 출근길에 나가는 차만 많은 신호등은 출차가 가능한 신호를 빼면 사람이 굳이 계속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보니 종종 이 신호는 무시 대상이다. 어떤 날에는 아침에 빨간 신호등을 건너면서 맘 속으로 '역시, 난 유연성이 높아!' 했다. 이렇게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 나를 옆자리 동료는 늘 걱정스러워하지만 말이다. 일도 그렇다. 시킨다고 다 하지는 않는다. 일단 대답은 Yes~라고 하지만, ..

┎thought 2021.02.09

부고기사

영화 을 보면 엄청나게 성공한(?) 주인공 해리엇은 외롭고 부유하고 까칠한 독설가이다. 그녀의 말에 상처 받아서 저주하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그래서 노년의 그녀 곁에는 일상을 나눌 사람이 없다. 어느 날 그녀는 신문의 부고 기사를 읽다가 신문사의 부고 담당을 찾아간다. 자신의 부고 기사를 미리 쓰기 위해서. 사실, 해리엇의 아야기를 가지고도 글을 한 번 쓰고 싶었는데.. 오늘의 포인트는 그게 아니다. 오늘의 포인트는 라는 것이다. 최근에 하고 있는 드라마에서 부고기사가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드라마 에서 인턴기자가 죽기 전 남긴 글을 인용한 NO pain NO gain 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의 이 한 줄은 오늘날의 많은 비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아니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 많은 직장인들에게 울림이..

┎thought 2021.01.26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간을 달려 온 승호

을 보고 나니 갑자기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어 져서 를 다시 보게 됐다. 개봉했을 때도 넘 재밌게 봐서 집에서 몇 번이나 다시 봤는데 그때 타임리프 장면이 반복되어 나오는 걸 보면서 조카가 - 이모, 왜 자꾸 여기만 봐? 하고 물어서 엄청 웃었었는데 이제 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문과 이과 결정... 이런 장면들은 보면서 마코토, 치아키, 이런 아이들이 자기랑 똑같은 처지라고 하니 신기하다. 그때는 나도 마코토처럼 타임리프 되는 것만 신기해하면서 봤는데 이제 다시 보니 치아키의 말이 여러모로 와 닿는다. 타임리프가 누구에게 충전됐는지 몰라서, 혹시라도 나쁜데 사용될까 봐 밤에 잠도 못 자고 걱정했는데 바보가 갖게 되어 다행이라는 말 - 아니, 고작 저거 하는데 타임리프를 몇 번이나 다시 쓰는 거야? 승..

┎thought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