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어귀에는 가끔씩 낯선 아저씨가 있었다. 우리 집 앞에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집들이 있었고 사각형 한쪽 모퉁이가에 우리 집이 있었다. 대문이 있는 같은 골목의 길 끄트머리에 가끔씩 어떤 아저씨가 서 있었다.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누구네 집을 찾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어디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동네 골목길을 뛰어다니면서 친구들과 놀 때, 아버지 심부름으로 구멍가게를 갈 때면 골목 끝에서 까만색 머리가 살짝 보였거나 베이지색 버버리 자락 같은 것이 보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막상 골목 끄트머리에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날 이었던가,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왔는데 바로 그 낯선 아저씨가 집 안에 있었다. 나는 흠칫 놀랐다. 마루에 올라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나를 보며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