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가끔 간식을 사 주셨다. 아주 무더운 여름 날에는 한 개에 50원씩 하는 하드를 하나씩 사 먹었고 가장 많이 먹었던 간식은 건빵이었던 것 같다.건빵 한 봉지를 사면 아빠까지 5명분으로 갯수를 세어 똑같이 나눴다. 맛있게 간식을 먹으며 동생들이 놀고 있는 동안 나는 아빠 옆에 엎드려서, 아빠가 불러주는 대로 편지를 받아 쓰거나 금전출납부를 작성했다. 편지는 여러 곳으로 보냈다. 광주에서 5.18 희생자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보냈던 것 같고, 아빠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동안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게도 보낸 것 같다. 정부부처 어디엔가로도 보냈던 것 같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주된 내용은 아빠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우리 가족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도움을 제공해 달라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