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뚝 끊겼다. 어느 날엔가부터 기억 속의 나는 언니와 함께 시골 외할머니댁에 살았다. 동생들과 엄마, 아빠는 없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국민학교는 1층 건물이었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급은 하나씩만 있었다. 할머니댁 뒷집에도 친구가 살았고, 그 집에서 다시 3분만 걸어가면 또 친구가 살았다. 뒷집 아이와 그 집 아이는 친척이라고 했다. 어느 학교에나 있는 흔한 구성으로 나를 괴롭히며 놀리는 같은 반 남자아이도 있었지만, 모두 다같이 잘 놀았다. 할머니댁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뒷산 언덕을 지나가야했다. 가는 길에는 딸기밭이 있었다. 짚풀을 덮어 놓은 아래에 딸기가 열렸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 가끔 남의 밭에 살짝 들어가서 딸기를 두어개 따먹기도 했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산으로, 들로, 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