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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좋아서, 그만

비 오는 것을 왜 좋아하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우산이 나의 안전망이었던 걸 보면 아마도 내 우산을 갖게 되었을 때였지 싶기도 하다. 이제 나는 우산이 있는 사람이고, 비가 와도 걱정이 없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정말 그때는 왜 사람 숫자대로 우산이 있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건 비를 맞으면서 자는 것이다. 최근에 비가 많이 오기는 했지만 들이치는 비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폭우처럼 쏟아져 창문을 열어두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지난 밤 오랜만에 창문을 열어둔 채 잠이 들었다. 밤새 비가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오랜만에 단잠을 잤는데 새벽에 엄마가 난리가 났다. - 네 방만 창문을 안 닫았잖아. 물이 이렇게 고였는데 어쩌면 좋냐 엄마는 걱정이 한 가득한 목소리로 걸레질을 하기 시작하셨는데..

┎thought 2020.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