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짧게 생각

약간의 거리 2006. 4. 10. 09:46

 

비가 오는 날이면 항상 생각해

 

'비가 오는 날 너는 나를 기억할까?'

 

오늘도 나는 너에게서 받은 자동우산을 쓰고 출근했는데...

그 우산을 쓸 때마다  생각해

 

'너도 나와 같은 우산을 쓰고 나갔을까?'

 

우리 같은 모양의 서로 다른 자동우산을 서로에게 선물 했잖아.

이 우산 어찌나 튼튼한지

벌써 몇해가 흘렀는데 아직 고장 한 번 나지 않았어.

 

지난 겨울에 조카가 밟아서 우산 살을 꺾어 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몰라.

어차피 다시는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였는데...

결국 동생이 들고 가서는 수리비 1,000원 주고 a/s 받아왔대

 

그래서 나도 그냥... 다시 쓰기로 했어.

우산은 그냥 우산일 뿐이니까.

 

빗물에 황사가 씻겨가듯이

빗물에 겨우 핀 봄꽃이 떨어지듯이

기억이라는 것도

처음에는 그렇게 쓰리고 아픈 거야

더 많이 흐르면,

눈 앞이 흐릿해지는 만큼 흘러내리고 나면,

창밖에 흘러내리는 빗물처럼 남의 일 같아지는 걸.

 

가끔씩

유리창에 손가락을 갖다 대.

또르륵~ 흐르는 빗물을 따라 움직여 봐.

 

가슴이

아주 잠깐 아프다.

 

비가 개면......   다시 맑아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