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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다섯번째 오해 -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것

약간의 거리 2006. 4. 2. 01:33

"사랑이라는게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건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드는 건 줄 몰랐어"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명대사.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나요?

-아뇨

 

누군들 처음부터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첫 눈에 반했던 것에 대해 좋았던 기억이 한 번도 없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청바지.. 나도 별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미 내 맘을 사로 잡은 다른 디자인이 있었기에 꿋꿋하게 우겨서 사들고 왔지만 한번 입고는 다시는 입지 않았던 기억....을 비롯하여 어떤 물건이든 한눈에 너무나 맘에 들어 산 것은 늘 그 한 번 뿐이었고,

 

아주 오래 전 한 눈에 반했던 어떤 오빠도 그 뒤로는 영 꽝~ 이었다.

 

몇번의 실패를 거듭한 뒤로

한 눈에 맘에 드는 옷이 있다면, 2,3일쯤 뒤에 다시 한번 가서 보고 그 때도 맘에 들어야 샀고,

사람 역시

'난 사람 보는 눈이 없어.'라면서 절대 한번에 맘에 드는 사람을 만들지 않았고,

상대 역시 한 눈에 내가 좋아졌다고 하면,

-저에 대해서 뭘 아시는 데요?

-뭘 꼭 알아야 하나요?

-그건 아니지만... 모르고 어떻게 좋아하나요?

하면서 발톱을 세우게 됐다.

 

 

그러면서도

사랑은 교통사고 같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사랑이란 그렇게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며,

나만 열심히 방어한다고 피해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하려고 노력하고, 방어하려고 노력하듯이 열심히 피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면허가 없기에 운전에 대해서 아는 건 없지만,

언덕길에 신호정지를 받아 서 있을 때 앞차가 미끄러져 내려와 나를 받았을 때라도 안전거리 미확보라는 이유로 나에게 얼마간 책임이 있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나에게 한 사람이 서서히, 혹은 순식간에 다가와 꽝! 하고 부딪혀 버리면 어떻게 하지?

 

'난 가만히 있었는데.. 당신이 와서 부딪힌 거잖아요. 날 사랑해서 온 것이 아니었나요?'

'전 그냥 실수로 브레이크를 놓쳐서 미끄러진 것 뿐인데요... 미안합니다.'

 

그러니까 조금은 더 멀찍이,

한 걸음쯤 더 많이 물어서 있어야 한다.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것이지만, 교통사고가 모두 사랑은 아닌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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