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사랑에 대한 여섯번 째 오해 - 세 번만 만나봐

약간의 거리 2006. 4. 17. 23:49

"세 번만 만나봐. 알았지? 꼭 세 번이야. 한 번 보고는 모르는 거잖아."

 

그래서 여자는 '정말 세 번을 만나면 달라질까?' 궁금증이 생겼다. 한 번 보고는 사람을 알 수 없다는 말도 그럴 듯하게 들렸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든 딱 세 번은 만나보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싫지는 않은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뭐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남자는 열심히 문자를 보내고 전화도 하고, 꽤 적극적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여자 마음이 별로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았다. '그래, 이번에는 나도 세 번은 만나 보는 거야!'

대체로 남자들은 첫인상이 나쁘지 않다면, 좋은 거라고 착각하며, 동시에 결혼을 입에 올린다.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진실로 제대로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급하게 입밖으로 내뱉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자는 항상 그게 불편했다. 그런데 이번 남자는 여자들이 그런 걸 싫어한다는 것을 늦게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이제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이 여자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한 몫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두 번을 만나고 나니 남자는 조급해졌다. 결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는 않지만 여자가 자기를 좋아해 주기를 요구하기 시작한 거다.

 

"두 번 보고 어떻게 알아요?" 라고 말하면서 여자는 만나 온 시간이나 횟수가 사람 마음의 깊이를 결정지어 주지 않는다고 부르짖던 평소 모습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서서히 물들어 가는 사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사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 세 번 이라는 걸 너무나 강조해서 마음을 먹어보기는 했지만 세 번을 만난다고 해서 뭔가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처음에 세 번만 만나보라며 자리를 주선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때?

글쎄?

싫어?

아니

그럼 좋아.

아니

그럼 뭐야?

잘 모르겠는데

그럼 싫은 거네

...

싫은 거지?

아니라니까

좋은 건 아니잖아? 그럼 싫은 거지? 대체 넌 어떤 사람이 좋은 거야?

글쎄.... 난 어떤 사람이 좋은 거지?

네 입맞에 맞는 사람 난 절대 못 구해주겠다. 그럼 싫다고 말할 테니까 그만 만나.

 

뚜뚜...

 

여자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도, 누군가 소개를 시켜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었는데 지금 저 친구가 저렇게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시 세상은 여전히 싫지 않으면 좋은 거고, 좋은게 아니면 싫은 거였다고 깨닫는다. 세 번만 만나보라는 말은 언제 우리 처럼 사람들이 그냥 하는 빈말 중 하나였구나, 한다.

 

 

세 번만 만나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오해가 담겨 있다. 1)한 번에 생기지 않는 호감이 세 번에 가면 생길 거라는 오해, 2)세 번씩 만나면 그 둘은 결혼할 거라는 주선자의 오해

 

소개로 만난 남녀에게 한 번에 생기지 않은 호감은 아마도 세 번을 가도 생기기 힘든 걸 거다. 나의 쓸데 없는 노력 허비와 상대방의 쓸데 없는 시간 낭비는 그만 둘 것.

주선자는 언제나 부담없이 세 번만 만나라고 말하지만, 속 마음은 니들이 세 번씩 만날 정도면 당연히 결혼할 맘이 있는 거 아냐, 라고 믿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역시나 쓸데 없는 기대치를 제공하는 행동은 하지 말 것.

 

 

P.S. 주선자의 "나 신경쓰지 말고..." 이런 말 역시 마음과는 무관한 말이라는 걸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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