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와 나는 종로를 걷고 있었다.
아마도 취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아저씨가 길거리에 쭈구리고 앉는 거다.
하나에 천원
이라는 비디오 테잎 노점.
들었다, 놨다,... 뒤적 뒤적...
애덜이 딱지 고르는 것 마냥 신이 난 얼굴이다.
할수 없이 나도 쪼그리고 앉는다.
-전 8월의 크리스마스 갖고 싶어요.
-응?
-8월의 크리스마스 갖고 싶다구요.
-으휴~ 알았다, 알았어.
그러구 보니
그때 아저씨가 살짝 흘기던 표정이
모 CF에서 나오는 장동건의 윙크와 비슷한 분위기였던 것두 같다. ㅋㅋ
아니 모... 정말 분위기만 그렇다는 거지,
생김이나 표정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아무튼...
집에는 비디오테잎이 두개 더 있다.
<약속>이랑 <남자의 향기>
약속은 남친이랑 세번은 본 것 같구,
남자의 향기는 남친이 디~따 재미난 영화가 있다며 사 왔다.
물론 세개의 테잎 모두 포장도 뜯지 않았다.
집에는 VCR이 두개 있고,
아마도 그 VCR 이라는 물건은 내가 중학교 시절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물론 고장으로 인해 몇번 새 물건으로 교체는 됐지만...
아무튼지간 나는 VCR이라는 물건을 내 손으로 작동시켜 본 일이 없다.
중3때였나?
누군가가 보고 있던 영웅본색을 쬐금 본 것과,
아빠 환갑잔치를 촬영한 걸... 것두 누군가가 틀어 놓은 걸 잠깐 본 기억이
내가 VCR 을 사용한 전부다.
대학 때 영화 관련 교양수업을 듣는데
비디오를 봐야하는 과제가 있었다.
애덜이 울집으로 가자고 하는데 내가 말했다.
-나 비디오 틀 줄 모르거든. 너희 중 누가 알아서 작동해야 돼
-왜? 비디오 언제 샀는데?
-글쎄... 나 중학교때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기계는 오래도록 쓰지 않으면 고장이 나는가 부다.
오디오의 CD player 작동 시킨지가 오래되어서 몰랐는데
얼마전 아기한테 자장가 CD 틀어준다던 동생이 투덜거리면서 오디오를 좋은 걸루 바꾸라나.
거실의 비디오도 제부가 보려고 했는데 안된다고 한다.
생물체 처럼 퇴행되는 것두 아니고,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왜 고장이 나고 난리람.
아무튼 난 아직까지 한번도 사용해 보지도 못했는데,
그리고,
집에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들이 사준
포장도 뜯지 않은 비디오테잎이 줄줄이 있는데
이제 VCR이 없어진단다.
생산을 안하면 부품도 당연이 없어져서 AS같은 건 꿈고 못꾸는 나라에서
저 비디오테잎들은 버리지도 못하고, 갖고 있어야 소용도 없고......
그렇게 애물단지 되어가는 건가?
거실에 있는 VCR을 망치도 두들겨서라도 나오게 하던지,
아니면 안방에 있는 걸 몰래 끌어내 오던지 해서
쌓여 있는 비디오테잎 포장은 뜯어봐야 할까부다.
음... 울집껀 이렇게 뽀다구가 안 났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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