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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이야기 3 : 달래기

약간의 거리 2004. 1. 30. 15:43

드디어 병원에 입원한 아빠

예상은 했었지만 벌써부터 퇴원한다 으름장이다.

아빠가 입원하면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엄마도,

벌써부터 피곤에 쩔어버렸구....

 

우리 딸들은 정말 난감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번 병원은 우리가 보기에도 아빠가 당장 퇴원하겠다고 조를 법하다.

 

입원 하던 날,

무조건 입원 예약이라는 건 없다는 병원.

우선 의사 진료를 받고, 의사가 "당장 입원하세욧!" 하고 결정을 내리면 해당 과의 병동이 없으면 다른 병동의 병실이라도 내어 준단다.

그 말만 철썩 같이 믿고 병원엘 갔는데, 웬걸~~~

이틀은 응급실에 있으란다.

 

퇴근하는 길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다행이 병실이 나왔다며 곧 이동하게 될 것 같다고...

병원에 가보니 아직 응급실에 계신거다.

정말 사람이 있을만한 곳이 못 되는 곳에 말이다.

건너편 할머니 멀쩡해 보이는데 응급실 의사, 간호사, 모두 매달려 제발 집에 가라고 해도 안가고,

나중에는 포도당 주사 다 맞아야 집에 간다하는 할머니의 고집을 못 꺾어 주사바늘을 빼 버리고 가는 의사.

누구 듣는 사람도 없는데 계속 앓는 소리 해 가며

집에 가자는 할아버지와 병원에 있겠다는 할머니의 계속되는 신경전....

 

우앙~~~ 멀쩡한 나도 돌아버릴 지경인데... 용케 아빠는 잘도 참으신다 했더니 결국 서서히 얼굴이 이그러지신다.

보다못한 엄마...

병실로 옮겨준다며 세시간째 꿩궈먹은 소식은 데스크를 찾아가 채근 또 채근.

우와~~ 결국 이동한다.

 

침대 옮겨주시는 아저씨 왈,

"보호자가 재촉 안하면 밤 10시까지 거기 있어야 돼요."

 

 

 

종일 검사실 옮겨 다니며 검사 받고, 응급실에서는 피를 8개나 뽑아 갔다고 이미 녹초가 된 아빠는 병동 간호사의 계속된 문진에 거의 졸도 지경이다.

 

그래도 병원에서의 첫날은,

응급실에 하루도 머물지 않고 입원에 성공했다는 아주 작은 뿌듯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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