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대보름 이었다는 걸 밤 늦게서야 알았다.
그래서 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
大보름 이라는게 실감이 안날 만큼 작은 달이었지만
大보름 이라는게 실감날 만큼 밝은 달이었다.
한때는 "저는 소원을 갖고 싶어요~" 이런게 소원이었는데 ^^
지금은 소원이 많다.
***
아빠가 입원한 후로 엄마는 병원에서 살고,
대신에 간장을 담궈야 한다는 엄마의 명에 따라 집에 와 계시는 할머니.
괜스레 할머니한테 투정을 부린다.
"할머니! 오늘이 대보름인데 오곡밥도 안 해 놨어?"
"응. 안했다."
"치~ 무슨 할머니가 손녀딸한테 오곡밥도 안 해 먹이냐... 너무 한거 아냐?"
늦은 저녁을 차리다보니 오곡밥은 없었지만 대신에 묵은 나물이 줄줄이 나온다.
"어? 할머니 나물은 다 했네."
"그럼.. 할머니가 나물은 했지."
"와~ 할머니 나물 있으니까 오곡밥은 안해도 봐준다."
사실 나는 오곡밥 같은 건 질색하고, 묵은 나물도 그저 그렇지만....
그냥 하루종일 집안에 혼자 계신 할머니한테 농담이나 할려구 했는데 저녁때 병원에 갔더니 엄마가 이야길 하신다.
"니가 할머니더러 오곡밥 안 했다고 뭐라 했다며?"
"응. 손녀딸 보름날 오곡밥도 안해 준다고 했지."
"그래! 그래서 내가 팥만 들어가도 난리치고 먹지도 않는 것이 웃긴다고 했다."
"흐흐흐~~ 응. 나 원래 그런거 먹기 싫어."
할머니가 나의 위트를 이해 못하시고 속상하셨나?
동생이랑 집에 왔더니 이번엔 동생한테 다 이르시네.....
담엔 강도를 조금 낮춰야 할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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