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아기...
낯선 표현이다. 보통 사람들은 '조카'라고 부를테니까.
임신 9개월이 된 동생
-언니랑 우리 엄지랑(뱃속 아기의 애칭이다)은 잘 맞을 것 같애. 원래 원숭이띠랑 쥐띠랑은 잘 맞대. 그치?
-글쎄... 걔가 내 말을 잘 들어야지. 내 말 잘 들으면 잘해주고, 아니면 국물도 없어.
-치~ 왜 그래. 나한테는 안 그러면서...
-넌 내 동생이고, 걔는 한 다리 건너잖어.
며칠 전에는 꿈을 꿨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만삭이 된 동생이 우산도 없이 가는게 안쓰러워 내가 쓰고 있던 우산을 씌어줬다.
멀리 동생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동생 옆에 아이 하나가 더 있는 거다.
동생은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던 거다.
꿈속에서 꽤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는데 나는 조카가 같이 있었다는 걸 그때까지 모르고 있었던 거다.
꿈 이야길 해 줬더니 동생은 이해가 안된다며 퉁퉁거린다.
사촌동생들도 다 이뻐하고 데리고 놀면서 왜 자기 아기한테만 그렇게 야박하냐는 거다. 말을 잘 들어야만 잘해준다 하고,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고...- 아기가 발차기를 하면 배가 움직이는 데 사람들은 그때 배를 만지게 해 주면 모두 신기해 하는데, 유독 나만 신기해 하지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단다-
그치만 진짜로 하나도 안 궁금할 걸 어쩌란 말이냐~~~~~~~~~~
어제는 드디어 동생이 아기용품을 장만해 가지고 왔다.
이불, 베개, 옷, 우유병, 손수건, 비누,...... 그 중 내 눈을 확~~~ 잡아 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기저귀 가방이었다.
데님천으로 만들어져서 크기도 하고, 늘 내가 갖고 싶어 했던 모양으로 아주 실용적이며 괜찮게 생겼다.
-야, 이거 내가 갖고 싶어 했던 거잖어.
-언니, 좋지? 이쁘지?
-응. 이거 나 조. 그리고 넌 새로 사.
-안돼. 한꺼번에 사면서 20% DC 받은 거란 말이야
-그니까... 넌 다시 가서 하나 더 산다고 20% 또 해달라고 해. 난 절대 DC 못받잖어.
-T.T
시큰둥해진 동생.... 이걸 언니한테 줘버리면 다시 할인받아 살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에 빠졌다.
나의 심통맞음을 잘 아는 동생은 내내 걱정이다. '저 언니가 진짜 내 아기를 구박하는 거 아닐까?'
문득, 드라마속 대사가 생각난다.
-할머니, 내가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
-솔직히 말해도 돼?
-응
-니 엄마. 왜냐면 내 딸이니까.
나도 그렇다. 막상 아기가 꼬물락거리는 것이 눈에 보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동생이 좋다.
내 동생이니까.
'동생의 아기'는 .. 동생이 소중히 여기니까 잘해주기는 할 것 같지만...
애틋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