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아빠이야기

약간의 거리 2004. 1. 16. 09:29

매일밤 11시 즈음이 되면 아빠는 나를 부른다.

나는 성큼 안방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로 올라간다.

침대 발치에 쭈그리고 앉아서 아빠의 다리 운동을 시작한다.

 

구부렸다 폈다.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만 팔이 엄청 아프다.

처음 아빠의 다리 운동을 시작할 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원래 손목이 안 좋은데 운동을 해 드릴때 손목에 무리가 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다 그만 둘수는 없으니 꾹~ 참고 하고선

5-10분 정도의 시간에 걸쳐 운동을 하고 나오면 이제부터는 내 손목 운동을 해야했다.

 

-엄마, 난 아빠 다리운동은 절대 못 하겠어. 앞으로는 다른 사람이 해. 손목 아퍼.

 

아뿔사,

그런데 거기에도 요령이 있는 거였다.

며칠 후에 언니로부터 개인교습을 받았다.

 

-이쪽손으로는 발 뒷꿈치를 살짝 잡고, 반대손으로 무릎을 살짝 안쪽으로 밀어넣으면서 접어. 그리고 무릎을 누르면서 펴는 거야.

 

아무튼 이 개인교습 이후 손목은 안 아파졌지만 팔은 여전히 아프다.

덕분에 내 팔뚝이 조금은 얇아진 것도 같다.

 

 

참, 다시 아빠가 나를 부르는 시간은 4,50분 후다.

요즘은 아예 한 30분쯤 있다가 부르지 않아도 와서 운동 한번 더 해주고 엎드려 줘.. 라고 하신다.

 

 

어제는 아빠가 팔을 좀 주물러 달라고 하셨다.

그러더니 팔도 구부렸다 폈다 운동을 해 달라시는 거다.

그런데 이상했다.

잘 구부려지지도 펴지지도 않았다.

나는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떨어져내리면서 두려움을 느꼈다.

팔을 주무르고 운동을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아빠의 팔은 나와는 다르게 생겼다는 걸 알았다.

오랫동안, 근 20년 동안을 써오지 않던 팔이라서 일까?

팔꿈치를 경계로한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모양이 틀어져 있는 거였다.

오랜 병에서 나타난 증상일 수도 있고,

너무 오래 쓰지 않아 퇴화가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다시 며칠 전 밤에 보았던 두려움이 떠올랐지만

쿵! 했던 마음을 감추고는

"어.. 왜 팔이 또 아프실까?" 하고는 나왔다.

 

다행이도 아빠는 더이상 나를 찾지 않고 잠이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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