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빠는 요즘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하신다.
12시쯤 잠이 들고,
새벽 두시가 조금 넘어 전화를 하셨고,
다시 4시쯤 찾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서 두시간을 못 버티겠다.
나는 더 오래전부터 무서웠었다.
방에서 스탠드를 켜고 책을 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 문밖을 보고,
아빠방에서 다리 운동을 시켜주면서도 자꾸만 문밖을 쳐다본다.
누군가가 그 곳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저는 더 오래전부터 무서웠는 걸요...
그렇게 혼자 생각한다.
2
아빠 눈에 백내장이 왔다고 엄마가 말씀 하셨었다.
당뇨의 합병증세다.
그러면서 설이 지나고 나면 어떻게 해서든 병원에 모셔가야겠다고 하셨다.
3
아빠 방 TV 채널은 요일과 시간에 따라 고정되어 있다.
어떤 프로그램을 챙겨본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마치 일과표를 잘 지키는 사람처럼 아빠는 그날, 그 시간이 되면 그 채널에 TV를 고정시킨다.
내가 다리운동을 해 드리는 시간에는 SBS에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가끔은 '대장금'을 보지 않는 아빠한테 불만을 갖기도 하고,
또 내가 보지 않는 TV프로의 내용을 줄줄이 꿰게 되기도 한다.
아무튼,
오늘은 늦은 시간인데도 드라마가 하고 있었다.
-어~ 아직도 드라마가 하네요.
-응 두개 계속한다.
-아... 설때 영화보려줄라고 미리하나봐요.
-무슨 영화?
-명절되면 밤에 영화 보여주잖아요.
-응... 근데 난 TV도 잘 안보인다.
-아빠 눈이 백내장인가봐. 눈동자를 반은 덮었더라구
나는 짐짓, 며칠전 엄마가 한 말은 모르는 척을 했다.
-눈도 침침해 지셨어요? 시력이 떨어졌나보네
-응 윤곽만 보여
-그렇게나 안 좋아요? 안과 가셔야겠네.
-뭐 눈만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다 아픈데...
-그래두요~ 종일 방에만 계시는데 TV라도 봐야 덜 심심하시죠. 명절 지나면 꼭 병원 가세요
-응
왠일로 아빠가 아주 쉽게 "응~" 이라고 답을 하신다.
병원이라면 ㅂ만 나와도 사래질을 하던 분이.
휴~ 안도를 하면서도
마음이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