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time is the memory

약간의 거리 2009. 3. 2. 14:54

what do you want? I can play any music

그래서, 그런 자신감 때문에 Jun은 정말 뮤지션 같다.

언제나 지저분한 외모도 예술가의 광끼로 보여지고,

음악과는 완전 무관한 곳에서 얼토당토 않게 나타나는 고집도 그만의 독특함으로 웃어주게 된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메인테마를 들으며 따라 연주해 주는 심각한 표정

I can't listen never... humm...

가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끔은 둘리처럼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으며 

그 곡이 맞다고 엄지손가락을 올려주면 너무나 뿌듯하게 웃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피아노 베틀을 연주해 주며

this is Szopen. sorry... I forget.

 

2시간 가까운 시간이 너무 금방 흘러가 버렸다.

재밌는 시간이었다.

너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지도,

그렇다고 조그만 연습실에 복닦거리는 방문객들을 지나치게 의식하지도 않는

가끔은 재즈로

가끔은 팝으로

가끔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으로

그리고 다시 정통 클래식으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음악가를 정말 눈 앞에서 보게 될 줄 몰랐다.

Jun은 노래를 잘하지는 못했는데

그런데도 참 어색해하지도 않으면서

yesterday를 후렴을 몇번이나 반복하면서 끝까지 불러주었다.

 

30초밖에 녹음할 수 없는 꼬진 미국 핸드폰... 하지만 이걸 다시 컴으로 옮길 수 있는 연결잭도 없다... 언젠가 나의 곰오디오로 잡음이 많이 섞인 이 연주들을 옮겨야지.

허스키한 Jun의 목소리와 가끔, 아주 가끔 들리는 Vladyslav 따뜻하고 부드러운 저음의 소리랑 JS의 터프한 소리 ㅎㅎ

재밌다.

 

그 시간에 있는 동안에도 나는 그 시간이 많이 그리워질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902년에 만들어진 아주 아주 오래된, 낡은 피아노를 몇번이나 다시 쓰다듬었고,

건반위를 오가는 Jun의 손가락과

수업시간에 언제나 매섭게 빛났던, 그치만 피아노 앞에선 너무나 따뜻한 그의 눈빛과

언제나 넘 따뜻하고 스마트한 미소를 머금의 Vlady의 얼굴을 자꾸만 자꾸만 두리번 거리며 머리속에 저장했다.

사진기 기능도 없는 꼬진 미국핸드폰을 원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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