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뭐니뭐니 해도 매 주일 성당을 간다는 거였다.
매 주일에 갈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이 충분히 힘들다는 거니까.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을 주일에 간 적이 있었다.
눈이 많이 와서 몇십년만의 일이라며 학교조차 문을 닫았던 그 주일.
성당에서 집까지 걸어오는데... 눈속을 40분을 걸어도 내가 온 길이 절반쯤은 되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제는 인도조차 없는, 무릎까지 빠지는 눈속을 걷고 있을 때 다행히 친절한 노부인이 길을 돌아 나를 집에까지 태워주고 가셨다.
매주 성당에 도착하면 감사했다. 늘 집으로 다시 돌아갈 길이 걱정이었지만 그게 또 성당에 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니 너무 감사했다.
'너는 그저 미사에 참례만 하면 된단다. 그러면 그렇게 힘들게 성당까지 온 너를 내가 길에다 버려두겠느냐?' 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난 너무 힘들었다.
그냥.. 잘 모르겠다.
시간이 벌써 6개월이나 지났으니 이제 감사함에 지친 걸까?
어쨌거나 꾀가 났다.
'오늘 성당에 가지 말까? 너무 피곤하다. 어쩜 이렇게 계속 힘들 수가 있어? 담주에 한인미사 가면 판공성사 주니깐 이번주 빠질까?'
...
'아니야, 곧 한국에 갈거니까 그냥 그때까지 성당 가지 말고 버틸까? 그럼 부활은 어떻게 하지?'
어쨌거나 결국엔 가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80%쯤은 기울었다.
길을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자 말했다.
'안다구요! 저도 다 알거든요. 누가 안 고맙다고 했나요. 고맙다니까요.'
비까지 내려 주신다. 우산도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정말이지 성당가는 것에 대한 고민 같은 건 완전 까마득히 지워져 버렸다. 그런데 낮에 모르는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받았는데...
"저.. 스테이플체이스에 사는 사람인데요, 성당 성모회에 갔더니 성당 가는 길이 같이 태워주라는 이야길 들었어요.."
"네?"
"전 그런데 한인미사가 없는 주에는 st. Paul을 안가거든요. 그래서 오늘 5시 미사에 가려고 하는데..."
"아! 네. 저도 오늘은 st. Charls로 가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따가 같이 가시겠어요?"
"네. 저야 감사하요. 저 길 건너편 Oaklawn에 살아요. 제가 staplechase 바로 앞에 clubhouse에 가 있을께요"
"네~ 그럼 이따 봐요."
전화를 끊고 났는데 헛웃음이 나온다.
"안다구요, 고맙다구요. 그래도 저 힘들거든요..." 그렇게 말했었는데... 분명이 그분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다.
주섬주섬 장 본것을 챙겨 들고 버스를 내리는데, 토요일 성당가는 길이면 만나는 운전기사 할아버지가 우산은 있냐고 물어본다.
"No. It was not raining in the morning."
갑자기,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챙겨주고 있다.
그래서 편하게 편하게 성당을 다녀왔는데 집에 돌아와 씻고 나니 잠시 잠잠해졌던 비가 다시 마구 쏟아진다. 벼락까지 친다. 나 아직 버스 정류장에서 서서
'설마 오늘 마지막 버스를 내가 놓친 건 아니겠지?'
조바심내며 서 있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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