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너의 사랑은 치열했느냐?

약간의 거리 2009. 4. 18. 23:36

너의 사랑은 치열했으냐?

불꽃같은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다.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한때 나는 너를 사랑했었다.

한동안 그 사랑은 봄이었고, 한동안은 여름이었고, 한동안은 가을이었으면 겨울이었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듯이 어떤 사랑은 지나갔다.

어떤 가지에는 꽃이 피고, 어떤 가지에는 새싹이 돋아나지만 아직은 겨울 옷을 깊숙이 넣을 수 없는 봄. 사랑은 그렇게 한 순간 따뜻하고 아름다운 듯 하면서도 때로 칼바람이 불어오는 봄과도 같았다.

신록이 푸르르고, 잎이 풍서어해지고, 작열하는 햇볕이 행복하면서도 그늘에 피하고 싶어지는,

가끔은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퍼풋는 비처럼, 한때의 사랑은 그렇게 강하고 열정적이면서 위험했다.

나무가 푸르름을 잃지만 단풍으로 곱게 물들듯이, 가끔은 쓸쓸하지만 고즈넉한 평화를 즐길 수 있듯이, 사랑은 그렇게 빛이바란듯 하지만 평온함을 주는, 지금 이것이 사랑인지, 습관인지 고민이 하면서도 쉴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꽁꽁 얼어붙은 빙판, 눈보라치는 추위와 고통, 하지만 바람이그친 자리에는 햇빛에 반짝이는 투평한 하얀 빛에 황홀해지는, 사랑은 그렇게 아슬아슬 깨질 듯한 두려움과, 어쩌면 이미 식어버렸다는 그래서 영원히 다시 시작되지 않을 것만 같은 아픔을 가졌지만.. 그래서 또 아름다웠다.

 

목숨처럼 사랑했다고 말하지 마라.

죽을만큼 아팠다고 말하지 마라.

너는 목숨을 잃지도, 죽음의 고통을 겪어보지도 않았다.

 

너의 사랑이 치열했으냐?

너는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적이 있느냐?

그래서 자랑스러운가?

 

사랑은 훈장이 아니다.

사랑은 훈장처럼 지나간 일에 대해 치하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훈장처럼 차갑고 단단하지 않다.

 

사랑은 계절처럼, 한때인 듯 하지만 한때가 아니고

지나가는 것 같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더위도 지나간다.

다만 가끔 그것은 흔적을 남긴다. 검게 그을린 피부라던가. 밉상처럼 보이는 주근깨라던가.

사랑은 그런 것이다.

죽을 듯한 더위, 끈적끈적한 땀, 흠뻑 젖은 운동화 속의 발가락, 꽁꽁 얼은 손과 발, 빙판에 넘어져 깁스한 다리.

하지만 떨어지는 벚꽃이 아름답고,

파도에 밀려가는 모래가 아름답고,

낙엽이 아름답고,

녹아 사라지는 눈이 아름다운 법이다.

 

계절이 영원한가?

어쩌면 그렇고, 어쩌면 그렇지 않다.

내년 겨울에도 눈이 온다고 너는 믿는가?

어쩌면 그렇고, 어쩌면 그렇지 않다.

 

사랑은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사랑이 영원한가?

어쩌면 그렇고, 어쩌면 그렇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사랑이 영원하길 바란다, 그래도 겨울엔 눈이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듯이

 

사랑에 목숨걸지 마라.

사랑에 목숨을 걸었다면 너의 목숨에 미안해 해라.

사랑은 훈장이 아니다.

 

다만

많이 아파하고

많이 기뻐하고

많이 힘들어하고

많이 행복해하고

많이 웃고

많이 울고

많이 주고

많이 받아라

너는 그저 그 사랑에 흠뻑 빠져 그것이주는 모든 고통과 아름다움을 누려라.

그리고 지금과 닮은, 어쩌면 너무나 다른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인 똑같은 계절이 다시 돌아오듯

사랑도 그렇게 돌고 있음을 믿어라.

 

사랑에 치열하지 마라.

사랑에 목숨 걸지 마라.

사랑은 전쟁이 아니며, 그 후에 받은 훈장도 우리에게는 필요하지 않다.

 

사랑은... 다만.... "지금"인 것이다.

 

 

 

영화 미인도...

사랑했던 세 남녀가 있었다, 그 중 둘이 죽었다.

영화 쌍화점...

사랑했던 세 남녀가 있었다, 그 중 둘이 죽었다, 역시.

그리고

세명이 엇갈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이 손목을 그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셋은 좋지 않다.

왜 우리 조상들이 석 삼자를 복있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평범한 친구사이에서도 셋은 늘 하나가 외톨이다.

그런데 사랑이야 오죽할까?

누구의 것은 사랑이고

누구의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 마라.

누구에게든 내 것은 사랑인 법이다.

셋은 불행의 시작이다. 하지만 그 셋 중 어느 하나가 죽으면 그것은 더욱 불행이다.

모두가 지금보다 더 많이 불행할 줄 알면서도 왜 사랑하는 사람들은 목숨을 거는가?

세상에 사랑을 잃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 없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만약에 누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거나, 그렇게 알고 있다면 그렇지 않다도 말해주라.

세상엔 사랑을 잃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 존재한다고.

그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없어지는 고통이다.

사랑은 그것을 잃어도 계절처럼 돌아오지만

죽어서 없어진 사람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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