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받는 것, 주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약간의 거리 2009. 2. 10. 10:56

주는 것 만큼이나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누구에게 쉽게 주지도 않지만 아무에게나 받지도 않는다.

어차피 주지 못할테니 받을 때도 가려야하는 거랄까...

 

아침이면 향 좋은 커피가 내려져 있고,

현관문을 열고 나설때면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어 준다.

저녁이면 사람은 없어도 밥솥에는 언제나 새밥이 지어져 있다.

우렁각시와 사는 것도 아닌데...

냉장고를 열어보고, 밥솥을 열어보고는 이내 쾅! 덮어버린다.

밥솥 옆에 놓여진 남은 찬밥이 담긴 그릇을 보고는

갑자기 식욕이 사라졌다.

 

아침...

전날 저녁부터 굶고,

아침엔 또다시 따뜻한 모닝커피...

방금내린 원두커피를 겨우 마셨을 뿐인데

온 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났다.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음식을 섭취했다는 증거다.

신경보다 예민한 몸이 눈이 보이는 흔적으로 "너 까탈스러운 애거든!" 하고 말해 준다.

 

모두들 말한다

-너무 착해서 그래.

-주는 건 그냥 받아

-너한테 잘 해주는 게 좋대

 

'나 착한 사람 싫어한다.' 하는 이야기가 먹히지 않는 순간이다.

남의 호의를 잘 받아들이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한 걸까?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그런 나다.

 

 

 

 

 

언젠가

받는게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여전히 나는 주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래서 받기만 했지만

그게 이상하게도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가끔은 기다려질만큼 좋기만 했다.

모닝콜, 내게 필요한 정보, 선물,...

 

내게 뭔가를 기대하면서 주는 사람들이 아닌데

왜 어떤 사람이 주는 건 마냥 좋기만 하고,

어떤 사람은 이렇게 온 몸에 알러지까지 일어나며 불편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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