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kitchen.
노숙자들의 쉼터이며 식사를 제공하는 장소.
우연치 않은 기회로 그곳에서 '밥퍼'봉사를 하게 되었다.
미국에 오고 얼마 뒤에 처음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곧 그곳에 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었다.
가겠다는 답을 하고 정말 그곳에 가게 되기까지
사실 많은 시간은 다른 내 주변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2주동안 그곳에 가기 전 마음의 준비로 하루에 한끼씩 금식을 하고 그 돈을 모아서 기부하기로 했으면서도 말이다.
나에겐 금식과 마음의 준비와 커뮤니티 키친의 방문까지, 그 모든 일련의 시간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준비일 따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남은 시간은 걱정이 됐다.
한국에서 봐온 노숙자들.
두렵고, 피하고 싶었던 기억.
혹시 내가 그곳에서 불쾌해 하거나 비위상해 하거나, 피하고 싶어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이 가끔씩, 조금씩 있었다.
커뮤니티 키친의 문을 열고 들었을 때,
그 규모가 작음에 조금 놀랐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과 더불어... 마침 날씨가 추웠으므로.
그리고 다음엔 주방이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 흔히 생각해 온 주방의 이미지. 바닥엔 물이 고여 있을 것이고, 재료의 찌꺼기들이 쓰레기통에 담겨진 모습조차 지저분하게 보일 것이고, 뭐 그런. 하지만 바닥, 테이블, 싱크대, 냉장고 안까지 깨끗하고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과연 내가 여기서 할일이 있기는 있는건가? 하는 의심이 생길만큼이나.
각자 하나씩 둘씩 쉐프가 지시하는 일들을 하면서 배급준비를 하고
드디어 배식이 시작되는 종이 울렸다.
그 순간 나의 마음은 갑자기 식당 종업원이 되어 있었다.
고작
Would you like fruit or green salad? more dressing?
하는 정도의 영어지만 정말 정말 친절하고 싶었다.
그리고 both 라고 답했는지, just fruit 라도 답했는지도 간간히 못 알아듣기는 했지만 열심히 눈인사를 하면서 웃어주고 싶었다.
thank you! 하는 인사에
you're welcome 이라는 기본적인 대답도 자연스레 튀어나오지 못하면서도 '너무 적게 담아줘서 불만이면 어떻게 하지?' 그런 걱정을 계속 하게 됐다.
마치 오늘 하루 일하는 거 보고 맘에 안들면 짤리는 파트타이머 같은 심정이었달까?
그 사람들은 ... 물론 모두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참 밝았다. 그리고 당당했고, 깔끔했고, 매너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참 고마웠다.
내가 정말 어떤 마음을 가지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되고 싶었던 친절한 종업원이 될 수 있는 상황을 그들은 정말 멋지게 만들어 주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에도, 준비하는 기간 동안도, 그 장소에서도, 나는 한 번도 그 일이 '봉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봉사라는 건 마땅히 나의 무엇인가를 인내하거나 희생해서 다른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거나 기쁨이 되어야하는 것일텐데 내가 과연 누구를 위해서, 감히 누구에게 '봉사'라는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인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깨끗하게 주방과 식당을 관리하는 사람들, 또 맛있다며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고 건네주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사람들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고맙게 받아들 수 있게 나를 만들고 계신 분께 참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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