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98

드라마 <나빌레라> 너도 날아오를 수 있어

언젠가부터 드라마 덕후가 되었다. 처음에는 나름 드라마에도 취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취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마치 영화관이 멀티플렉스가 되면서 상영해 주는 것만 봐야 하게 된 것처럼. 그중 최근에 요즘 보기 드문 착한 드라마를 발견했다. tvN에서 방영 중인 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저냥 어쩌다가 보거나 잠깐 보는 거였는데 70대 노인 덕출이 발레리노 채록과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이 조금씩 흥미를 끌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나도 모르게 - 거참, 사람들 되게 냉정하게 말하네. 하는 혼잣말이 나올 만큼,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차갑게 대화한다. 그건 사람들이 차가와서가 아니다. 그들 모두 따뜻한 피가 흐르는 마음 깊은 곳에 정이 있는 사람..

┠타인의 취향 2021.04.07

도서 '예수와 만난 사람들'을 읽으며

아주 오래전에 사서 읽지 않은 책들이 책장에 그득하다. 아예 한 줄도 읽지 않은 책들도 있고, 서너 페이지 읽다가 관둔 것도 읽고, 2/3쯤 읽은 것도 있고 다양하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것도 있고 지금도 매일 읽고 있는 중이라서 책상 위나 침대 머리맡 거실 한쪽 귀퉁이에 떠돌고 있는 책만도 7~8권은 된다. 그중 한 2년쯤 전에 읽다가 관둔 책을 며칠 전부터 다시 읽게 되었다. 많고 많은 책 중 이 책이 다시 선택된 이유는 얇기 때문이다. 갑자기 책을 들고나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얇고 가벼운 게 젤 중요하니까 , 이현주 지음, 생활성서사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일단 내가 너무나 존경해 마지않는 신부님께서 강론 시간에 추천해 주셔서고, 이단은 저자가 나의 멘토가 존경하는 분이다 보니 그분..

┠타인의 취향 2021.02.19

굿 윌 헌팅을 다시 보며

영화 '굿 윌 헌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수학천재 윌이 랭보 교수를 통해서 숀이라는 정신과 의사를 통해 치유되는 이야기. 엄청 유명한 영화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하고, 때때로 명대사가 인용되기도 하는 영화지만, 사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좀 졸았다. 영화를 보면서 조는 일이 나에게 흔한 일이기는 한데, 아무튼.... 정신과 의사랑 윌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살짝 모르겠고, 만난 후 뭔가 풀이 있는 경치 좋은 야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장면에서 또 다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윌은 수학 천재이면서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이기도 한 듯하다. 음악과 미술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여자친구에게 이야기했지만 술집에서 MIT 대학생에게 잘난 척을 할 때, 법정에서 스스로를 변호할 때를..

┠타인의 취향 2021.02.16

소울, 그리고 소울테스트

픽사의 새로운 영화 중학교 밴드부의 교사 '조'는 풀타임 교사가 된다는 말을 듣게 된 날 꿈에 그리던 재즈 밴드 연주자 제안을 받는다. 그리고 그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가게 된다. 픽사의 영화는 본 영화 시작 전 짧은 애니를 한 편 보여주는데 에 앞서 보여 준 도 이번에는 본 영화와 잘 연결된 느낌이다. 땅속에서 자기만의 집을 갖고자 했던 부끄럼쟁이 토끼는 이웃들을 피해 자꾸자꾸 굴을 파고 내려가는데...... (순간, 땅 속도 땅 위만큼이나 복잡하구나! 했다.) 마음을 조금만 열면, 틈을 조금만 만들면 편하고 행복질 수 있다는 이 이야기가 예전의 나라면 참으로 불편했을 텐데... 공감 가고 편안해지는 것이 내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에서 '조'의 모습도 그..

┠타인의 취향 2021.01.24

<싱어게인>을 통해 김이나를 다시 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실망스러운 부분은 심사위원이다. 내가 그 사람들의 자질을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라서 명함이나 유명세만 보고 그들을 판단할 수 없기는 하지만 심사평을 할 때면 감춰뒀던 실망감이 쏟아지고,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도 떨어지곤 한다. 그중 대표적인 사람이 작사가 김이나였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곡의 가사를 썼다는 것 정도다. 그녀를 처음 본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정말 이 분야의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을 끊임없이 가졌었다. 이 분야를 알긴 아는 건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심사를 하는 건가? 등등 그리고 을 처음 봤을 때 다시 또 그녀가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채널을 그냥 돌리곤 했다. 그치만 출연자들의 노래 실..

┠타인의 취향 2021.01.20

정유정의 진이, 지니

아주 오래 전 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정유정 작가를 알게되었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주저없이 최고라고 꼽는 소설이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실망시키지 않는, 그렇게 정교하고 장황한 묘사를 하면서도 호흡이 끊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그녀의 신작소설을 보고 구입한 책 . 물론 그 중간에 다른 책들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아직은 의 여운을 덮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역시, 구매를 했지만 책을 선뜻 읽지 못해 가지고 있다가 회사 동료에게 빌려주었는데 1년만에 책을 반납받게 되었다. 너무 재밌는데 아무리 읽어도 몇장 안 넘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동료는 1년에 걸쳐 그 책을 읽고 2020년 말에 반납했다. 나는 2021년 새해 첫 번째 책으..

┠타인의 취향 2021.01.18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런 사람들이고 싶다

tvN 드라마 을 보면 소소한 재미들이 넘쳐난다. 어제 4회를 보면서 내 옆에 어떤 이는 드라마 속의 사람들이 너무 남의 이야기를 한다면서 약간 짜증스럽게 이야기했다. - 이 사람들 온통 남의 얘기야. 어쩜 저렇게 누가 들을 수도 있는데 모이기만 하면 남의 얘기를 하는 거지. 나는 잠시 의아했다. 남의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나도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 물론 그런 뒷담화들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들이었다는 것이 곧 밝혀지기는 했지만, 이번 회차에서는 조금 무리수를 둔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쨌든 이 드라마를 보면 마음이 아련하게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서서히 부드럽게 고요하면서도 따뜻함이 퍼져가는 느낌이랄까. ..

┠타인의 취향 20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