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동생이 커피숍을 닫고 나서는 맛있는 커피가 없어졌다.
가게를 정리하는 몇 달 동안은 간간히 로스팅을 해 주었고,
완전히 문을 닫기 전에는 조금 더 왕창 로스팅을 해 주었는데
그것마저 떨어지고 나서는 이제 세상에 더 이상 맛있는 커피가 없어졌다.
맛이 없는 커피를 돈을 내고 사 먹어야 한다는게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커피는 끊을 수가 없으니.....
그러다가 이 영화를 발견했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
뭐랄까? 내가 기대 -사실 내가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모른다- 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뭐지?' 이런 기분.
다만 영화를 보는 동안 그저 나도
저 <요다카 커피>에서 원두를 주문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왠지 저기의 원두는 내 입맛에 맞을 것만 같은 기분.
그것은 아마도 자 작은 소녀가 손님에게 하던 질문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떤 맛을 좋아하세요?'가 아니라...
그 사람의 취향... 이런 걸 물어봐주는 질문들.
그런 사람이라면... 분명 이런 맛의 커피를 좋아할 거에요.....
그런 걸 알아주는 사람이라면 정말 맛있는 커피를 줄 것만 같다.
영화를 볼때, 보고난 직후 아무 감흥이 없었는데...
아침마다 출근해 드립커피를 내릴 때면 이 영화가 생각 난다.
세상의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세상의 끝처럼 보이는 바닷가 마을의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이야기
오늘 아침, 커피를 내리며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것과
삶을 맛있게 만들어 가는 게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씩, 멈췄다가, 다시 조금씩
커피가 가라앉지 않을 만큼씩
그렇게 섬세하게 물을 내려주면
커피는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입안 가득 퍼지는 행복한 맛을 준다.
따뜻한 위로를 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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