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야간열차에는 어떤 로망같은 것이 있다. KTX가 생기면서 그것이 사라진 후에는 더더욱이나 그렇다.
게다가 유럽의 어떤 도시를 향한다고 하면 왠지 낭만 가득한 풍경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까지 더해진다.
그럼에도 선뜻 이 영화를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다음에 뭐가 있겠어?' 하는 어딘가 아름다운 풍광과 지루함과는 한 몸일 것만 같은 염려랄까?
좁은 거실에서 남자는 혼자서 체스를 둔다.
마치 누군가 앞에 앉아 있는 듯 제스츄어를 해 가며 깊이 고민해서 말을 옮기고는
얼른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긴다.
신중히 고민을 하는데 잠들 시간이라는 걸 알려주는 알람이 울린다.
아침, 남자는 늘 하던 간단한 식사, 휴지통에서 재활용한 홍차를 우려낸 식사를 마치고 바삐 출근을 한다.
비오는 출근길, 남자는 다리 위 난간에 서 있는 빨간코드의 여자를 발견한다.
남자는 엄청 빠르게 달려가 여자를 구한다.
외롭고 무료해 보이는, 그렇지만 자기 절제가 잘 된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의 남자라서 였을까?
그 남자가 우산을 내던지고 가방을 떨어뜨리며 여자를 구하러 달려가는 모습은 좀 낯설게 느껴졌다.
빨간 코트와 뜀박질은 어쩌면 이제는 달라질 남자의 삶의 전주곡이었나보다.
그렇게 남자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게 되고,
새로운 선생을 구할 수밖에 없다는 교장의 전화에도 아랑곳없이 한 남자의 삶을 추적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니 '결국에' 일상을 향한 열차(아마도 오후였나)에 몸을 실으려고 하는데.....
이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한 한 남자가 있었다.
사흘을 기다리지 못하고 남자는 혼자서 영화를 보고 와서는 아주 당당하게
'나는 이 영화 또 볼 수도 있는데. 응! 정말 괜찮아.'하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어떤 것이 그 남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처음에는 바로 이 장면에 주목을 했는데...
그보다는 그냥
잠시의 일탈같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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