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 소소한 재미들이 넘쳐난다.
어제 4회를 보면서 내 옆에 어떤 이는 드라마 속의 사람들이 너무 남의 이야기를 한다면서 약간 짜증스럽게 이야기했다.
- 이 사람들 온통 남의 얘기야. 어쩜 저렇게 누가 들을 수도 있는데 모이기만 하면 남의 얘기를 하는 거지.
나는 잠시 의아했다. 남의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나도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 물론 그런 뒷담화들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들이었다는 것이 곧 밝혀지기는 했지만, 이번 회차에서는 조금 무리수를 둔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쨌든 이 드라마를 보면 마음이 아련하게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서서히 부드럽게 고요하면서도 따뜻함이 퍼져가는 느낌이랄까.
첫 화는 조금 밋밋했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채송화 선생에게 단박에 빠져버렸다. 나도 저렇게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
자기 일에 성실하고, 타인에게 친절하고, 아랫사람에게도 정중한 멋진 어른.
그렇게 채송화 선생이 멋지고 닮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맘에 쏙 드는 캐릭터는 어쩔 수 없이 김준완이다. 의사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참았던 환자의 보호자가 간호사에게 '근데 저 선생님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어요?' 하고 묻자, 간호사는 '네.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하고 답할 만큼 '굳이, 저렇게까지 이야기해야 하나', 싶을 만큼 세게 나가는 김준완은 그렇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싸가지없음만 보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다른 면까지 함께 보는 시청자 입장인 나에게는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희망고문 따위는 하지 않는 저 캐릭터가 너무나 좋기만 하다.
신원호 PD의 드라마에는 그냥 보통사람들이 있다. 때로 나쁜 사람이 있지만, 완벽하게 악인이기만한 캐릭터는 없다. 어쩌면 정말 그런 캐릭터들은 잠시 조연으로만 쓰고 퇴장시키는데, 사실 우리 삶이 좀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어떤 사람도 항상, 누구에게나 악역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가끔은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겠지만,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어 할 테고 그때 옆에 슬생의 5인방 같은 어른이 있다면 좀 더 좋은 선택을 하는 길잡이가 되어주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 드라마가 일주일에 단 1회만 한다는 것은 열혈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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