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실망스러운 부분은 심사위원이다.
내가 그 사람들의 자질을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라서
명함이나 유명세만 보고 그들을 판단할 수 없기는 하지만
심사평을 할 때면 감춰뒀던 실망감이 쏟아지고,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도 떨어지곤 한다.
그중 대표적인 사람이 작사가 김이나였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곡의 가사를 썼다는 것 정도다.
그녀를 처음 본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정말 이 분야의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을 끊임없이 가졌었다. 이 분야를 알긴 아는 건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심사를 하는 건가? 등등
그리고 <싱어게인>을 처음 봤을 때 다시 또 그녀가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채널을 그냥 돌리곤 했다. 그치만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안 볼 수가 없는 걸. 하다 보니 어쩌다 한번, 두 번, 한두 곡만,.. 이런 식으로 듣다가 어느 순간 계속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가끔 '심사평 같지는 않지만 저런 이야기를 하는구나.'하며, 그녀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씩 약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회 30호 참가자에 대한 그녀의 조언(?)을 들으며, '아, 이 프로그램에서는 김이나가 필요했구나!', '이건 김이나만 잡아 낼 수 있는 이야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많이 기사화가 되기도 했는데, 김이나는 30호 참가자에게 '자신이 부정해 온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을 받아들여라, 그러면 더 멋있어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30호 참가자는 눈물을 터뜨린다.
그녀는 작사하는 사람의 예민한 감성으로 30호 참가자가 갖고 있는 오래된 마음의 상처를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물론 김이나의 이런 조언이 가능 할 수 있었던 것은 또한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만의 특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심사위원 모두가 단순 평가자라기보다는 무대를 즐기고, 격려하고 더 나은 무대를 만들 수 있도록 가이드를 주는 사람들로서의 모습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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