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윌 헌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수학천재 윌이 랭보 교수를 통해서 숀이라는 정신과 의사를 통해 치유되는 이야기.
엄청 유명한 영화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하고, 때때로 명대사가 인용되기도 하는 영화지만,
사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좀 졸았다.
영화를 보면서 조는 일이 나에게 흔한 일이기는 한데, 아무튼.... 정신과 의사랑 윌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살짝 모르겠고, 만난 후 뭔가 풀이 있는 경치 좋은 야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장면에서 또 다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윌은 수학 천재이면서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이기도 한 듯하다. 음악과 미술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여자친구에게 이야기했지만 술집에서 MIT 대학생에게 잘난 척을 할 때, 법정에서 스스로를 변호할 때를 보면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은 잘 읽지 않을 법한 책의 특정 페이지를 고대로 기억해서 말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의 그런 잘난 척은 설핏 봤을 때 멋있어 보일지는 몰라도 '왜 저래야 해?'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숀이 나중에 그걸 아주 잘 표현해 준다. '오만이 가득한 겁쟁이 어린애'라고 말이다.
다시 본 영화에서 하나의 명대사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명장면은 발견했다.
윌과 숀이 두 번째 만남을 가진 날 보스톤 호수에서의 장면이다.
전에 윌의 도발에 그대로 넘어가 버렸던 윌은 늦게까지 윌이 비웃었던 그림을 다시 보며 고민하는데 그 이야기를 윌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 전에 네가 했던 말에 대해 생각해 봤어 (중략) 네가 어린애란 거야. 넌 네가 뭘 지껄이는 건지도 모르고 있어.... (중략) ... 진정한 상실감이 너는 뭔지 몰라. 타인을 너 자신보다 사랑할 때 생기는 거니까. (중략) 달랑 그림 한장만 보고 내 삶을 다 안다는 듯이 내 아픈 삶을 난도질 했어 (중략)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뭘 느끼고 어떤 애인지 '올리버 트위스트' 만 읽어보면 다 알 수 있을까? 난 알 바 없어. 너한테 들은게 없으니까.
세상 어떤 심오한 글도, 그림도 그 사람의 생애를 대변해 줄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보고 싶은 사람을 사진으로 대신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서 그 사람의 표정을 담아낸다해도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한다고 해서 사진은 결코 숨을 쉬지도 눈을 깜빡이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그럼 영상은 그것을 대신할 수 있을까, 그것 역시 그렇지 않다.
숀은 윌에게 네가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지만 너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한다. 처음으로 윌이 조용해 진 장면이다. 누군가 앞에서 과장해서 웃고 빠르게 머릿속의 지식들을 나열하며 잘난척으로 상대를 뭉개버리려고 하던 윌은 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거다.
엄청 많은 책들 속에서도 알아낼 수 없었던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면서.
영화속에서 윌은 운이 좋았다. 랭보, 숀, 스카일라를 거의 동시간대에 만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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