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사서 읽지 않은 책들이 책장에 그득하다.
아예 한 줄도 읽지 않은 책들도 있고,
서너 페이지 읽다가 관둔 것도 읽고,
2/3쯤 읽은 것도 있고 다양하다.
언제 읽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것도 있고
지금도 매일 읽고 있는 중이라서 책상 위나 침대 머리맡 거실 한쪽 귀퉁이에 떠돌고 있는 책만도 7~8권은 된다.
그중 한 2년쯤 전에 읽다가 관둔 책을 며칠 전부터 다시 읽게 되었다.
많고 많은 책 중 이 책이 다시 선택된 이유는 얇기 때문이다.
갑자기 책을 들고나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얇고 가벼운 게 젤 중요하니까
<에수와 만난 사람들>, 이현주 지음, 생활성서사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일단 내가 너무나 존경해 마지않는 신부님께서 강론 시간에 추천해 주셔서고,
이단은 저자가 나의 멘토가 존경하는 분이다 보니 그분의 책에는 늘 관심이 있어서다.
막상 책을 사서 폈을 때는 재미가 없었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다시 펼친 책은 왜 이렇게 재미가 있는지 정말 술술 읽힌다.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곧 이야기다.
거창하게 가면 역사이겠지만
사실 우리의 기억, 추억, 그 모든 것들이 이야기다.
책은 그렇게 성경 속의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의 하여 그 사람의 이야기와 예수님과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에게는 귀엽게 자라나는 어린 딸이 있었다. 아무리 괴로워도 그 아이의 얼굴만 보면 모든 괴로움과 피곤이 사라져 버리니 그것 또한 이해 못할 신기한 일이었다. 아이는 아직 어렸지만, 이제 겨우 자신의 뜻을 말로 나타낼 만큼 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삶에 일찌감치 지쳐버린 나의 몸뚱이를 받쳐주고 있는 단 하나의 기둥이었다. 나에게 그 아이마저 없었다면 벌써 이 세상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었다면 아마도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자가 되었든지 아니면 장거리의 더러운 좀도둑이 되었을 것이다. 운명의 신은 이 몸을 끝내 버리지 않을 작정이었던가?
성경을 읽다 보면 가끔 인간적인 궁금함, 인간적인 어떤 감정이 훅~ 올라올 때가 있는데 이 이방인 여자의 이야기가 그렇다. 아이에게 악마가 씌어 도와줄 것을 청하는 여자에게 예수님은 '자녀가 먹을 것을 개에게 주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여자는 '개도 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는 먹는다'라고 말한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예수님도, 그렇게까지 매달리는 여자도 모두 이해가 안 되는 구절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여자가 왜 그렇게까지 매달릴 수 있었는지는 여실히 알 수 있다.
'그렇구나! 엄마는 그런 거구나.'
그리고 또한 예수님도 왜 그렇게까지 매몰찼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서문에 문익환 목사님이 쓰신 '철저하게 사람의 아들로 살아간 예수에게서 사람들은 하느님의 아들을 보았던 것 아닙니까?' 하는 말씀이 더욱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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