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소원이 담긴 반달

약간의 거리 2001. 11. 23. 00:12

오늘은 별지기 아저씨를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사람 어쩜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내내 지을 수 있는 건지
눈을 별빛처럼 빛내기도 하고
잠깐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시종일관 행복한 웃음이 떠나질 않더군요.

늘 그렇게 행복하시냐는 물음에
별 이야기 할 때는요... 하는 수줍은 듯한 웃음까지도
표정도 목소리도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에게서 달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달은 손에 쥐면서 소원을 빌라고 했는데
나를 자신있게 밀쳐내고는 먼저 달을 받겠다고 손을 내밀던 울 부장님이 왜 그리 얄미웠던지....
한때는 소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소원이었거든요.

소원을 빈듯 만듯하면서 달을 쥐었습니다.

아시죠? 손에 남은 건 없다는 걸
그래도 달이 날아갈새라 그 손을 오래도록 꼬옥 쥐었다가는
주머니에 달을 넣고서야 손을 펴는 부장님께

-그걸 주머니에 넣으면 남아요? 마음에 넣어야지.

했지만 참 부러웠습니다.
어떤 사람은 달을 낚아채면서 바로 입안에 넣는다고 해요.
그런 사람들은 정말 간절히 소원하는 뭔가가 있는 거겠죠?

오늘 날이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마도 그때부터 였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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