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달콤한 인생: 나한테 왜 그랬어요...

약간의 거리 2007. 1. 13. 00:28
영화 줄거리
최선의 선택이라 믿었다.그러나, 그 순간 세상 모두가 적이 되어 버렸다.서울 하늘 한 켠, 섬처럼 떠 있는 한 호텔의 스카이라운지. 그 곳은 냉철하고 명민한 완벽주의자 선우의 작은 성이다. ‘왜’라고 묻지 않는 과묵한 의리, 빈틈 없는 일 처리로 보스 강사장의 절대적 신뢰를 획득, 스카이라운지의 경영을 책임지...
강사장의 변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김실장...

그 친구 정말 반듯했습니다.

괜찮은 놈이었습니다.

건달같지 않게 말끔한 인상에다가 단정한 차림새, 과묵한 말투, 예의가 갖춰진 말씨와 행동. 게다가 깔끔한 일처리에 정보력까지... 그야말로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고, 어떤 일이라도 믿고 맡겨둘 수 있는... 제 자식같은, 아니 그 보다 더 낫죠. 기댈만한 구석까지 있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랬냐구요?

김실장... 그 친구도 그렇게 묻더군요.

"왜 그랬어요" 라고 말입니다.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요? 데리고 있는 녀석들 중에서 유일하게 쓸만한 녀석이었고, 무엇이든 믿고 맡기던 녀석이었는데 말입니다. 허허..

그래서.. 그랬겠죠. 그런 친구였기 때문에 말입니다.

  

제가 며칠동안 싱가폴로 떠나기 전날 저녁이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그런데 아주 개인적인 부탁을 하나 했죠. 음..뭐.. 김실장한테까지 갈 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데리고 있는 녀석들 중 조무래기 하나한테 시켜도 될 만한, 그런 일이었는데... 저는 김 실장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아주 어렵게 말이죠.

굉장히 쑥쓰러웠습니다.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남자가 말이죠, 더구나 건달로 평생을 살아 온, 남들이 보면 '다 늙어서...' 이런 소리 나오게 생긴 나이에.. 제게 여자가 한 명 있었거든요. 아주 어린. 저와는 속성이 다른. 다른 세상 속의 사람 같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말 어렵게, 고백하듯이 말을 했단 말입니다. 그런 애인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참 힘들었는데 더 곤란했던 건, 하, 제가 질투를 하고 있었다는 거죠. 이 나이에 말입니다. 보스인 제가 말이죠. 아주 작고 어린 꼬마 여자애한테.

그 자식, 그런 이야길 들으면서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더군요. 말하는 사람 더 쑥쓰럽게 말이죠. 그런데 사랑한 번 해 본적이 없는 놈이라서 그랬던 겁니다. 그리고 감히 보스인 제가 말하는데 어떤 감정적인 토를 달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그런 놈이 아니거든요, 김실장은 그런 친굽니다.

  

제가 명함을 줬죠. 싱가폴에 있는 동안 제 직통 연락처였습니다. 뭐.. 그럴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고 했죠.

  

- 내가 속고는 못 살잖아. 속이는 건 사랑이 아니지.

라고 말했지만 사실 "사장님, 별일 아니었습니다. 안심하십시오." 뭐.. 그런 연락이 오면 좋겠다,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기도 했습니다. 음... 그런데 아무런 연락이 없더군요.

  

여자들 육감이니.. 뭐 그런 이야길 하지만 사실 남자의 느낌이라는 것도 무시할 게 아닙니다. 더구나 이런 바닥에서 보스자리까지 오고, 그 자리를 유지한다는 건, 그냥 주먹이 세다거나 해서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김 실장에게 그 일을 맡길 때에도 다 그 무시할 수 없는 남자의 느낌 이라는 게 있어서 그랬던 거였는데, 제가 눈치를 못챘겠습니까?

  

아니... 뭐 지금 그 친구가 일처리를 말끔하게 했느냐 아니냐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일처리도 제가 지시한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요.

속이는 건 사랑이 아니니까요. 저는 속고는 못 사는 인간이구요. 건달 세상에서 속인다는 거, 배신이죠.. 그걸 눈 감아 줄 수야 없죠. 물론, 이건 단순한 배신하고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구요.

  

하, 제가 김실장에게 그 일을 맡긴 건 사랑이라는 걸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놈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게 제 가장 큰 실수였죠. 사랑을 해 본적이 없다... 흠.... 사랑을 모르는 놈이기 때문에 일처리가 쉬울 거라고만 생각했지, 그렇기 때문에 그 여자에게 한 순간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걸 간과했던 거죠. "저한테 왜 그랬어요." 하고 묻는데 제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 놈에게 처음 일을 부탁할 때에도 그렇게 어려웠는데, 그리고 어렵지만 그 이유로 그런 일을 부탁했는데 말입니다. 더구나 그 지경까지 상황을 몰고 와서는 왜 그랬냐고 묻는 놈인데... 제가 뭐라고 대답을 할 수 있었겠냐구요.

  

거참, 제 평생 건달일 해서 먹고 살아왔습니다. 싸움도 많이 했고, 칼도 써봤고, 뭐 이런 저런 안 겪어 본 일 없고, 죽을 뻔한 경험도 많았지만,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런 일로 죽게 될 줄을.

김실장한테 배신당할 줄을.

김실장 손에 죽게 될 줄을...

 

  

  

 

  

이 영화를 볼때마다 김실장에게 답을 해 주고 싶었다.

왜 그랬는지...

 

이제는...

 그 답을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건조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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