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밀양, 그 소통과 단절의 이야기

약간의 거리 2007. 6. 5. 16:21
(2006/한국)
장르
드라마, 로맨스
감독
영화 줄거리
밀양 입구의 국도. 아들과 함께 죽은 남편의 고향을 향해 가던 신애의 고장난 차가 카센터의 종찬을 불렀다. 렉카차를 타고 밀양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 그러나 아직 그들은 모른다...남편도, 아들도 모두 잃었다!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신애는 피아노 학원을 열었다. 이제 통장엔 아주 작은 돈이 남았을 뿐이지만...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보통입니다

-밀양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密陽,

Sereat Sunshine


'밀양'은 소통에 대한 영화이다.

밀양으로 가는 길,
신애는 차가 고장나 카센터를 하는 종찬의 차를 함께 타게 된다.
-밀양은 어떤 곳이에요?
하고 묻는 신애에게 종찬은, 한나라당 도시고, 경제는 나쁘고, 부산하고는 가깝고... 누가 들어도 질문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신애는 다시 묻는다.
-밀양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이번에는 신애의 차례다. 뜻 같은 것에는 관심 없다는 종찬에게 굳이 한자풀이를 해가며 '비밀의 햇볕'이 그 뜻이라고 설명을 한다.

그렇게 둘은 서로 다른, 상대방의 관심과는 거리가 먼 각자의 이야기를 하며 '볕이 숨어 있는'-이것은 그냥 나만의 해석- 도시, 밀양으로 들어간다.

 

듣지 않는 신애에게 신앙을 권유하는 약사
처음 만난 사람에게 가게 인테리어를 바꿔보라고, 상대방의 표정이나 기분에 상관없이 말하는 신애


사람들은 항상 상대가 나의 말을 듣지 않는다, 혹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내가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말들이 떠다니지만, 그것은 단순히 "말"일 뿐, "대화"가 되지 못한다.

 

사람들과 뭔가 소통이 되지 않고 있음을 느낀 신애는 그 해결책으로 "돈"을 제시한다.
유흥비를 지불하며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러주고, 땅에 투자를 해볼 요량이라는 등... 사람들의 환심을 사서 소통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만다.

신애에게 마음이 있는 종찬이 신애의 마음에 닿지 않은 것은 어쩌면 소통의 문제이다.
장례식장에서 종찬은 손자가 죽은 것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신애의 시모 앞에서 그녀를 두둔한다.
모두가 떠난 장례식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신애에게,
"신애씨, 왜그래요?" 하고 묻는다.

왜??
왜 그랬을까?

그런 상황에서, 처음보는 신애의 가족들 앞에서 종찬은 왜 신애를 두둔했을까?
신애는 왜 울었을까?

종찬은 대체 왜 신애에게 "왜 우느냐?"고 물었을까?


잠시 신애는 '신'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은 듯 했고, 사람들과 소통이 이뤄진듯 보여진다.
그러나 그녀는 용서하지도, 용서할 수도 없었고,
'신'과도 제대로된 소통이 이뤄진게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일방적으로 신에게 말하고 있었을 뿐이고, 그걸 알게 된 순간 다시 단절된다.
정신병적인, 이상 증세를 보이며 전화한 신애에게 종찬은 엉뚱하게도 "그럼 내일 같이 저녁 먹을까요?" 라고 말한다.

 

친구와 함께 집에 가는 길.
친구가 먼저 내리고, 혼자 남은 버스 안.
이상한 적막이 주변을 감싸면서 공허질 때가 있다.
'너무 많은 말을 했구나!' 생각한다.
'내일은 말하지 말고 친구가 하는 말을 듣기만 해야지.' 다짐한다.

실천은 잘 안돼서 번번히 반복되는 일이지만, 단절, 허함, 쓸쓸함이라는 것은 언제나 쏟아낸 많은 말들 뒤에 따라온다.
소통이라는 것은 '말함'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마당 한가운데 의자를 놓고, 작은 거울을 불편하게 세워 둔 신애가 거울에 억지스레 시선을 맞추며 자기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잠시 후 등장한 종찬이 거울을 잡아준다.
이때 신애의 집 마당 한켠에는 따사로운 햇볕이 비추고 있다.
내가 당신의 주변을 떠돌고 있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신애에게 필요한 건

거울을 보기 편하게 들어주는 거라는 걸 마침내 종찬이 깨닫는 순간,
카메라는 마당 한 구석진 곳에서도 볕은 숨어들어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