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지아니한家>의 팜플릿을 보면, 우리집이 과연 콩가루집인가 아닌가를 확인할 수 있는 10개의 질문이 나온다.
물론 나는 이 질문이 그 테스트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 이 테스트의 문항은 설문의 타당도나 적합성 같은 걸 전문적으로 연구한적이 없는 어떤 사람이 그냥~ 대충 만들어 본 것일거다.
왜냐하면,
울 엄마와 내가 테스트를 해 본 결과 우리집이 <즐거운 나의 집>이라고 나왔던 것이다. 울엄마와 나의 공통된 의견은 아무리 좋은 점수를 주더라도 우리집은 <무덤덤 패밀리>란 말이다.
영화는 이렇다.
나는 오늘 특별히 재미난 일이 없다. 나의 today 상태는 <심심>이다. 그렇다면, 내가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과연 웃을 일이란 하나도 없고 그냥 그저 그런, 심심하고 무료한, 따분한... 뭐 그런 별다른 감흥 없는 하루를 보냈다는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는 거다.
나는 오늘 교육시간에 정말 멋있는 학사님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분의 싸이 주소까지 따왔다... 신학교 축제하는 날에 그분은 나에게 초대장을 보내주시기로 했다. 그리고 남성4중창의 아름다움을 들어볼 기회를 주시겠다고까지 했다.
저녁엔 미사가 끝나고 전례부 사람들이랑 저녁을 먹었는데... 나는 좀 약한 술이 먹고 싶어서 소주에 맥주를 타 먹었다. - 사람들은 맥주에 소주를 타 먹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게는 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거다. 나는 소주를 좀 더 순하게 먹고 싶었던 것 뿐이다. ^^ 그리고 그 시간에 엄청 큰 목소리로 떠들며 놀았더니 목이 좀 아프고, 지금 볼이 아프다. 볼이 아픈 건 내가 너무 많이 웃었다는 거다. 이건 보통 술이 많이 취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 술이 안 취하고도 이런 현상이 나올만큼 많이 웃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왜 웃었을까?
무엇이 나를 웃겼을까?
아~ 유감스럽게도 기억이나지 않는다.
이 영화 <좋지아니한家>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넘넘 많이 웃지만, 왜 웃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으면서 늘 무료하고, 무덤덤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참, 이 테스트의 문항중 '필요할 땐 친한 척, 쪽팔릴 땐 모른 척 할 수 있다!'는 문항이있다. 첨 엄마가 '그렇다'고 했을 때 나는
"정말? 뭐 그런 치사한 경우가 다 있어? 엄마 너무 인생을 치사하게 하는 거 아냐?"하고 말했다. 그런데, 가족이란... 이런 설문에서는 "그렇다" 고 말하지만 실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그리고 남과 그 문제로 대치했을 때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것이다.
뭐 우리는 대충 그렇게 산다.
100만원짜리 정수기를 사지만,
20만원짜리 전기압력밥솥을 사기는 좀 돈이 아깝다.
말이 안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사람의 맘이 그러한 것을.
나는 이런 섬세한 인간의 일상을 너무나 사실답게 그려낸 이런 영화가 참 좋다.
정말이지 이런 영화..... 우리집과 닮은 좋지아니한家 (안좋은 가족이라는 뜻이죠^^)를 만나는 기분,,,
좋지 아니한가!(좋다는 뜻이죠^^)
사족: 이 영화에는 보름달이 참 많이 등장하고 사람의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풀샷으로 잡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편집이나 장면등은 일본 영화 <녹차의 맛>과 <무화과의 얼굴>을 생각나게 했다. 이런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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