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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약간의 거리 2007. 1. 1. 03:26

가족.

가족이 좋은 거라는 걸 알게 된 건

특별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고

특별한 감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 부터이다.

 

가족은 육탄전을 벌이고 나서도 굳이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와 같은 관계가 되어 있었다. 물론, 아주 아주 오래전 엄마에게 아주 커다란 꾸지람을 듣고- 그때는 엄마랑 싸운 거라고 생각했지만- 일주일 동안이나 말을 하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그 일이 무던히 넘어간 것도 우리가 '가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엄마나 아빠에게 한번도 고맙다고 말한적 없지만 괜찮은 관계...

그래서 어떤 사람이든, 사람을 만나면 '가족'과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굳이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거나, 좋아한거나, 고맙다거나, 미안하다거나... 하는 말들을 강요하지 않는 관계

그런 말들을 굳이 강요하지 않는 것은 서로 그런 걸 느끼기 때문에 가능한 관계

어젯밤에 치고박고 싸웠지만 자고 일어나면 정말로 서로가 아무런 찌끄러기 없이 그런일이 없었던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관계

누구도 인위적으로 떼어 놓지 못하며,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관계

 

'가족'은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가족을 이룬다는 건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인 거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가족'이라고 해서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가족'이라고 해서 인위적으로 떼어놓을 수 없는 건 아니라 걸...

 

 

2006년에는 아빠가 떠났고,

그리고...

2006년에는 승호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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