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만큼 아프다는 건 대체 얼마만큼 아픈 걸까?
-그때 아빠가 나한테 '아빠 아파 죽겠다' 고 했는데.. 언니 그때 아빠 정말 죽을 만큼 아팠었나봐.
-노동같은 거야.
라고 말했었다. 힘들고 피곤했다. 정말 정말 피곤한 날, 남들은
'오늘은 그냥 집에 일찍 가서 쉴래.' 라고 말할 때
나는 집에 일찍 가는건 새로운 육체노동하러 가는 거라고 했다.
죄책감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미안하기는 하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각자의 집으로 가버린 언니나 동생은 알 수 없는,
엄마와 나만 겪는 일. 새벽이면 한두번씩은 아빠 전화에 일어나서 떠지지 않는 눈으로 움직이곤 했다.
정말 힘들고 피곤했지만 귀찮다거나 너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힘이 들 뿐이었다.
그때 아빠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몇배는 더 많이 힘들었다는 걸 몰랐던 것 뿐이다.
-미안해. 참아보려고 했는데 너무 아프다.
-괜찮아요.
잠결에 건성으로 하는 대답처럼 들렸을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참지 않고 전화하시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너무 힘이 들어서 조금 참아주는 아빠가 고마웠었다.
저녁에 다른 형제들이 있을 때면 은근히 이번엔 '너가 좀 가봐'하며 떠밀기는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 지금 이러는 거 나중에 아빠가 죽으면 후회할 지도 몰라.'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그때 짜증내지 말껄. 그때 더 잘 해줄껄.' 이런 생각 하게 되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 안들게 그냥 지금 해 버려야지.
아빠는 그때 매일 매일 아프다고 했다. 손목이 시큰거릴만큼 다리를 두드렸는데도 늘 아프다고 했다. 매일 어깨가 뻐근하게 아프고, 손마디마디에 멍이 든 것처럼 아파올만큼 다리를 두드렸는데도.
죽을만큼 아픈 건 얼마나 아픈 걸까?
출근하는 버스에서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다. 그리고 조금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