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이나 당뇨 같은 거... 성인병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
때문에 아직 나는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저혈압이나 저혈당이 되면 아빠는 몹시 괴로워하셨다.
그나마 혈당은 아주 진하게 탄 설탕물을 한컵 마셔주면 금방 회복이 됐지만
저혈압은 달랐다. 어느 정도의 수치가 될때까지는 정신없이 몸을 뒤척거리며 고통스러워하시기 때문에, 한번 저혈압이 되면 온 가족이 비상에 걸리곤 했다.
저혈합이 되면 일단 다리를 높이 거의 90도가 될 정도까지 올린 상태에서 허벅지, 음.. 엉덩이와 다리뼈가 만나는 부분을 아주 세게 두드려주면 가장 효과가 좋았다. 사람이 둘이면 각자 한쪽씩을 책임지면 되는데 혼자일 때는 정말 힘들다. 세게, 그리고 빠르게 두드려주어야 하고, 무릎이 굽지 않도록 다리를 높이 들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어깨부터 시작해서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아빠가 겨우 진정이 되어 잠이들면, 마찬가지로 녹초가 되어 뻗기 일쑤다.
아빠는 늘 혈압이 낮은 편이었다.
낮은쪽이 60정도만 되면 "와~ 높은데요... 정상이에요." 하곤 했으니까.
병원엘 가니 달랐다. 병원에서 그런 수치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던 거다.
'병원이니까.' 하고 생각했다.
여기는 병원이니까. 당연히 우리가 배워 알고있는 120/80 이라는 수치가 나와주어야겠지.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찌되었거나 혈압이 유지될 수 있는 약을 투여해야만 했다.
아빠가 의식이 없던 날.
의식이 없는 건지 몰랐을 때,
그냥 여느 때처럼 잠을 자고 있는 거라고 내가 생각했을 때,
그리고 돌아가실 때까지...
혈압이 자꾸만 뚝뚝 떨어지는데 아빠는 한 번도 아프다고 하시지 않았다.
'우리 아빠는 엄살이 너무 심해.'
'맞아. 그래도 그래서 우리가 아픈지 금방 알아서 응급처치가 되잖아.'
'그런 그래.'
늘 그랬었는데... 한 번도 아프다고 하시질 않는 거였다. 입원하기 며칠 전부터는 이렇게 바른 자세로 한시간만 누워 있어도 어깨도 아프다고 했는데... 이리저리 뒤척거렸을 텐데..
그래서 나는 계속 아빠 어깨를 주무르다가... 다리를 두드리다가... 동동거리며 침대 위 아래를 오르내렸다.
- 그만해. 너 힘들어.
말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아닌데... 아빠가 의식이 없어서 말을 못해서 그런거지 지금 깨어 있으면 아파 죽겠다고 계속 다리 두드리라고 틀림없이 난리가 났을텐데...
- 죽을 때라도 아프지 말아야지. 저혈압 되면 다리 아프단 말이야.
아빠가 떠나신 지 50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