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싫은 걸 어떡해

약간의 거리 2007. 1. 16. 14:11

 

출근하는 시간, 엄마는 늘 부엌 옆 골방에서 아침기도를 하고 있다.

- 다녀오겠습니다.

하면 방 안에서 "응. 조심해서 다녀와." 한다. 아주 가끔씩

현관까지 나와서 내가 대문 닫고 나가는 것 까지 지켜보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기분이 참 좋다. 그냥.. ^^

 

할머니는 내가 출근할 때면 주무시다가도 벌떡 일어나신다.

그리고는 항상 현관까지 따라 나와서 대문 닫는 걸 확인한 후 현관문을 잠그신다.

아주 가끔씩 너무 깊이 잠이 들어 내가 인사하는 소리도 못 들으실 때가 있다. 물론 내가 아주 작게 인사하기도 하지만. 살그머니 열쇠를 돌려 현관을 잠글 때, 나는 마음이 가뿐하다.

저녁에 돌아가면 할머니는 꼭 말씀하신다. 내가 문을 잠그는 소리에 깼다고...

 

참 이상하다.

엄마의 배웅은 좋은데, 할머니의 배웅은 싫다.

아침마다 "그냥 따라나오지 마세요." 하는 말을 꾹꾹 참는다.

 

오늘 아침엔 엄마랑 할머니랑 동시에~~ ㅋㅋ

현관문 사이로 두 사람의 얼굴이 2층으로 쌓여있다.

"잘 다녀와." 하는 할머니의 인사를 못 들은 척 흘리는데

"잘 다녀와." 하고 엄마가 인사한다.

"응"

 

나... 너무너무 못된 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 할머니의 발딱, 놀란 듯한 움직임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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