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나가는 작가!
- 제가 밖으로 잘 나간다고 잘나간다고 하시는 거죠? 왜요?
- 질문 좀 짜주라~~~
- 부장님이 한수 배워야 하는데 어떻게 제가 짜요? 몰라요.
......
가방을 싸고 있는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부장님을 외면못하고 결국
- 일단 나가요. 가면서 지하철에서 자료보고 해 드릴께요.
질문을 짜고, 다시 편집을 조금이라도 쉽게해 볼양으로 구성을 한다.
우리가 신금호역에 도착한 것은 약속시간보다 20여분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지상으로 올라와보니 도대체 이곳이 몇차로의 길인가!
신당동방향이 어느쪽인지 지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전화를 해서 물어보자는 내 의견과는 상관없이 부장님은 성큼 눈앞에 보이는 파출소로 들어간다.
남들은 상을 준다고해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이 파출소(경찰서)라고 하는데 기자출신이어서 그런가? 전혀 거리낌이 없다.
서점은 의외로 쉽게 눈에 띄었다.
나무 판자로 엮어 놓은 듯 허름한 건물... 출입문 한 귀퉁이에는 '30m 위에 파란색 간판 고구마를 찾으세요'라고 되어 있었다.
다시 금방 고구마 간판이 눈에 띄었다.
참고서가 잔뜩 쌓여있는, 역시나 허름한 가건물 고구마의 입구에는 다시 10m를 더 올라오는 메모가 붙어있다.
- 재밌어요. 무슨 보물찾기 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아주 쉽게 고구마를 찾았다.
좁은 입구에는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는 헌책들이 쌓여있었다.
근처 슈퍼에서 음료수를 하나씩 마시면서 우리는 다시 인터뷰 준비를 했다.
가방을 벽에 쓸며 좁은 계단을 내려갔는데 의외로 굉장이 넓은 공간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헌책방에서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모습, 잘 짜여진 책장에 책들은 빼꼭히 정리되어 있었다.
공간이 너무 좁아 손님이 일일이 그 곳을 둘러보기가 어렵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말이다.
우선 부장님은 지난 5년간 찾아 헤매고 있다는 스승님의 책을 찾았다.
다시 사장님과 우리가 인터뷰를 위해 이동한 곳은
어느 빌라 건물의 지하실이었다.
마치 대형 서점의 물류창고처럼 아직 컴퓨터에 등록되지 못한, 그리고 작은 서점 공간 때문에 쌓여있는 책들이 가득이었다.
내가 본 고구마는 <헌책, 고서 전문 대형서점>이다.
헌책에는 삶의 때같은 냄새가 난다,
매입한 헌책 사이에 끼워있던 돈 7만원을 내 놓으라는 동네 아주머니와의 실랑이,
결국 그 돈은 아주머니의 집에서 찾아냈지만 그일로 3일을 앓아 눕고 헌책장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는,...
나는 들어보지 못했던 <정음사판 삼국지>라는 책... 사연 담긴 그 책이 최근에 가장 팔고 싶지 않은 책이라고 하는.....
가장 싫은 손님은 모대학 영문학과 교수님인데 시집을 사 모으는 분이란다.
그 분은 모든 시집을 권당 300원에 팔라고 우긴단다. 헌책이라고 다같은 헌책이 아니건만 책의 가치는 따지지 않고,
좋은 자가용 타고 와서는 책은 떨이로 사가려고 하는 그 손님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려는 노력 끝에
결국엔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하셨단다. 왜냐, 만나면 괴로우니까!
헌책!
정말 표현 그대로의 '헌'책도 있겠지만,
바꾸어 말하면,
'골동품책'이기도 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주인아저씨와의 인터뷰는 아주 짧은 시간에 마쳤지만 그 여운은 참 오랜동안 내 안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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