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가을

약간의 거리 2001. 10. 17. 07:59

가을이라서 그런가?
아님 아무개씨 잘 쓰는 이야기.... 서른이라서 그런가?
요즘 우울감의 연속이에요.
오늘 저녁뉴스를 보니까 우울감이 2주 이상이 되면 우울증이래요.
저는... 한 이틀 우울하다가 하루 좋았다가 하니까 우울증은 아닐거에요.

전에 같이 있던 녀석이랑 오늘 잠시 통화를 했는데
저는 하나도 그렇지 않은데 그녀석은 저보고 목소리가 밝대요.
아마도 제가 부러운가봐요.
정말 우울증 걸린 녀석은 그 녀석인데....
주부 우울증 있잖아요. 거기에다 + 임산부우울증?

요즘들어 몸이 많이 않좋다고 하더니
상대적으로 제가 부러운거겠죠.


이상해요, 요즘은.

제 어렸을적 꿈은 아나운서 였어요.
그런데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그 꿈을 이룰수가 없었어요.
(이러저러한 사정이라는 건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죠....)
나이가 들어서 어느날엔가 이제 더이상 그 꿈에 도전해볼 기회가 없어졌지만
궁금했어요.
그냥 아나운서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뭘 배울까?
그 사람들은 어떤 공부를 할까?
정말 연필을 입에 물고 발음 연습을 할까? 등등.....
그래서 방송아카데미를 다니며 공부를 했어요.

그 나이에?
돈도 많다?
차라리 요리학원을 다니지?....
주변 사람들 대부분 곱지 않은 시선이었지만, 저는 좋았어요.
그냥 대학 한 학기 더 다닌다고 생각하면서 다녔어요.
매일 뉴스 연습도 했고,.... 근데요... 저 진짜루 못했어요. 그때 강의 들어봤던 아나운서 부장님이 나중에 이야기 해 주신 건데요, 쟤는 뭐하러 왔을까? 돈만 아깝지.
그런 생각 하셨대요.

아무튼 기대도 안했는데, 뜻하지 않게 방송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어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리포터라는 일.... 안정적인 것도 아니고, 사람들 시선도 곱지 않고,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장마비 속에서도 길을 걷는 사람 붙잡고 끊임없이 인터뷰를 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기억이 안나요.
가끔 사람들한테 힘들다는 이야기는 했었는데 그러면 상대가 누구든 답은 늘
"그래도 너 좋잖아. 네가 하고 싶어 했던 거잖아."
그러면 저는 두말않고 "응"이라고 대답했거든요.

지금도 사람들은 그때랑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있지는 않은데,
그때는 즐거웠는데 지금은 즐겁지가 않아요.

아무래도 잘 못 결정했나봐요.
왜 이렇게 늘 마음이 가라앉기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뭘해도 그다지 즐겁지 않고,
금새 지치고,....
집에 오면 언제나 녹초가 돼요.
몸안에 에너지가 모두 사라져버린것처럼.
그럼에도 쉽사리 잠에 빠지지도 않고.
내 안에 뭔가가 결핍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서른이어서 그런가요?
아니면 가을이어서 그런가요?

만일 가을이어서 그렇다면 아직 서울엔 단풍이 오지도 않았는데 어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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