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점심먹고 쉰소리?

약간의 거리 2001. 10. 18. 14:54

요즘 들어 부쩍 먹거리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접합니다.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헬렌 니어링이라는 분의 '소박한 밥상'이라는 책이 올라가 있기도 하고,
또 얼마 전에는 페스트푸드의 엄청난 병폐 -단지 먹는 것뿐아니라 생산에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조차-가
우리사회를 한바탕 휘몰고 지나가기도 했구요.
생식하는 분들을 방송에서 종종 접하기도 하고,....

제가 아는 어떤 분도 가능하면 채식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밀가루 음식은 온갖 좋지 않은 것들로 채워져 있으니 먹지 말라는 충고도 해 주시더군요.

광우병, 다이옥신 파동, 농약을 밀가루인지 알고 먹었다가 잘못된 할머니 이야기,.........
그밖에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몹쓸 사람들에 대한 보도들을 접하다보면 화가 나죠.
정말 화가 납니다.


그런데요..............
이건 극히 그저 저 개인의 감정인데요,
왜 이렇게 가려먹어야 하나?
어차피 한번 살고 가는데 사는 동안 먹고 싶은 것 자유롭게 먹으면 안되나?...
뭐 그런 의문이 생기네요.

'먹고 싶은 걸 못 먹으면 병이 된다'는 평소의 뿌리깊은 생각이 이런 의문을 갖게 만들었을까요?

저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요.
그래서 한약을 먹으면서도 라면, 칼국수, 수제비,... 이런 건 먹을 수밖에 없구요,
가끔씩은 엄마가 해주는 고추장 양념이 뜸뿍들어간 제육볶음도 먹어야 하구요,
그렇지만 유기농이네 뭐네 하면서 식당에서 내 놓은 야채에 어쩌다 덜 씻겨가고 남은 애벌레를 발견한다면
그 집에서 내놓은 야채 다시는 못 먹죠.


어차피 한번 살고 마는 인생인데,
몸에 안 좋아서 먹고 싶은 것 참아야 한다는 게 저는 납득이 잘 안 됩니다.
물론 나야 좋아서 먹지만,
나의 먹는 행위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 그건 자제하는 게 마땅하겠죠.

오늘 점심에도 저는 보글보글 부대찌개 속의 라면을 맛있게 건져먹고 왔습니다.
사는 동안 건강하게,
또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서 밀가루도 꼭 우리밀 먹는다는 어떤 분의 이야기에 괜시리 딴지 걸로 싶어져서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고 갑니다.

그런데 저도 가능하면 '우리밀' 먹어요.
왜냐, 우리 농민 생각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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