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에서 만두전골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갔다
겉보기에는 조촐해 보였는데
생각보다 실내가 넓고 분위기도 있었다
나는 밀크티를 주문했다
염려... 염려...
역시나~
응고된 우유덩어리가 찻잔을 덮고 있었다
열심히 걷어내보지만
기름이 뜬 것마냥 두둥실~
그래도 생각보다 맛은 있었다
깔끔하진 않았지만
신경을 많이 쓴 듯한 실내등의 불빛처럼
언젠가
추운 날에
홍대앞 커피숍에서
아저씨랑 밀크티를 마신 적이 있다
와인샤베트를 서비스로 주었는데
난로 앞에서
담요를 무릎에 덮고
밀크티보다 보랏빛 나는 샤베트를
더 맛나게 먹었던 기억
그 집의 밀크티보다
더 따뜻하고 맛있는 밀크티를 먹어야만
그때 기억이 지워질까?
추억은
다른 추억으로만 덮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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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봤던 단막극
<이별하는 여섯 단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억을 흐트러 뜨리는 거였다.
그와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질리도록 먹어서
그 기억을 뭉게버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