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밀크티

약간의 거리 2004. 7. 6. 11:46

 

밀크티

 

 

삼청동에서 만두전골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갔다

겉보기에는 조촐해 보였는데

생각보다 실내가 넓고 분위기도 있었다

 

나는 밀크티를 주문했다

염려... 염려...

역시나~

응고된 우유덩어리가 찻잔을 덮고 있었다

열심히 걷어내보지만

기름이 뜬 것마냥 두둥실~

그래도 생각보다 맛은 있었다

깔끔하진 않았지만

신경을 많이 쓴 듯한 실내등의 불빛처럼

 

 

 

언젠가

추운 날에

홍대앞 커피숍에서

아저씨랑 밀크티를 마신 적이 있다

와인샤베트를 서비스로 주었는데

난로 앞에서

담요를 무릎에 덮고

밀크티보다 보랏빛 나는 샤베트를

더 맛나게 먹었던 기억

 

그 집의 밀크티보다

더 따뜻하고 맛있는 밀크티를 먹어야만

그때 기억이 지워질까?

 

추억은

다른 추억으로만 덮이는 것 같다

 

**

 

재밌게 봤던 단막극

<이별하는 여섯 단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억을 흐트러 뜨리는 거였다.

 

그와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질리도록 먹어서

그 기억을 뭉게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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