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계속된 뉴스로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 시간으로 어젯밤 10시경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 동시다발적인 테러가 있었습니다.
세계경제의 중심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 두개가 무너졌고,
미국방성도 공격당함으로써 미국의 자존심이 커다랗게 금이 갔다고... 언론은 일제히 보도를 하더군요.
만 하루를 보내면서야 테러 사건과 관련한 조금은 구체적인 내용들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는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을 테러의 주범으로 꼽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를 보면,
우선은 CNN보도를 통시통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추가되는 사건과 관련된 보도들,
혹은 용의자 빈 라덴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부시 대통령의 철저히 보복하겠다는 흥분된 이야기.... 가 주를 이룹니다.
그리고 국제경제와 더불어 경제 위기에서 겨우 살아나고 있는 앞으로의 우리 경제를 걱정합니다.
또 미국에게 있어 아직까지 테러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앞으로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물론 우리 교민의 안전에 대한 염려도 있습니다.
오전에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선가 미국현지의 교민을 연결해 그곳의 분위기를 전해들었습니다.
CNN 뉴스를 이곳에서도 중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지 교민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알고 있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전화 연결이 끝날 즈음 그분이 사회자에게 물으시더군요.
-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놀라고 그럽니까?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그분도 그런 것이 궁금했나 봅니다. 저도 가끔 우리가 전하는 톱뉴스라는 것에 다른 나라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지 궁금했거든요.
사회자가 대답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밤새 놀랐고,
앞으로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겨우 회생한 우리 경제가 내년까지는 반드시 회복되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 그렇군요. 사람을 어떻게 구하는지보다 그게 궁금하군요
보스톤에 산다는 그 교민의 한마디가 하루종일 머릿속을 맴 돕니다.
사회자는 그 이야기를 제대로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다음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 북한에 대한 대미정책도 걱정입니다. 혹시 남북관계가 냉전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 그런 문제도 있을 수 있겠군요.
그런 말들을 혼잣말처럼 되뇌이다가 전화 연결이 끝났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을까?
400명 투입된 소방관 중 300여명은 생사확인이 안된다던데....
여객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빌딩이 무너지기까지 그 안의 사람들은 비상계단으로 건물을 빠져나가느라 아수라장이었겠지......
그런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아마 예전같았으면, 그러니까 방송과 관련된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거기까지만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제 머릿속도 어떤 사람을 연결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지.....
미국 증시가 문을 못 열면 어떻게 되는 건지....
이번 일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들을 주는 건지....
그런 생각들이 정신없이 뒤죽박죽 섞이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사람만을 걱정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겠죠.
누군가는 경제를, 누군가는 대외 문제를, 누군가는 전쟁을, .......
이 모든 것이 누군가는 생각을 해야만 하는 일이고 또 ,
다른 사람들에게 일깨워 주어야 하는 것들임을 알면서도
이런 날에는 방송... 이라는 직업이 사람이 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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