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100일

약간의 거리 2004. 6. 1. 15:20

 

 

100일

 

남녀가 만나 100일 기념 반지를 나눠끼며 축하하고, (근데 100일은 어떻게 알지?)

결혼하고 100일째 되는 날에 부케를 태워주면 잘 산다 하고,

아기가 100일째 되는 날 떡을 하고...

 

 

100일사진

- 사진제공: 아기엄마..... 울고 보채는 아기를 공갈젖꼭지로 입막음 시키며 겨우 만들어냄. 흐흐~ 나의 무지막지한 닥달... 그래두 100일에서 2틀이나 지났네

 

 

100일.

 

조카를 보고서야 사람에게 태어나서 100일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것 같다.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보이지 않는 속은 비어있던 아가가 정말로 사람이 되는 때.

밥도 두시간마다 먹어야하고,

밤낮을 구별하지 못하고,

힘조절이 안되어 방귀를 뀔때마다 응아를 하고,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그러던 아가가

시선을 맞추고,

놀아달라며 비록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나름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고,

응아도 하루에 한번만 하고,

밥도 낮에는 좀 자주 먹지만 잘때는 너댓시간도 안 먹고 자고,

아무튼, 그야말로 인간이 되고 있는 거다.

 

 

반면에 아기 엄마는

두시간마다 젖먹는 아기 때문에

밤낮이 뒤바뀐 아기 때문에

안아달라고 보채는 아기 때문에

몸매관리 못하고 먹어야 하고,

잠을 못자고,

팔뚝은 굵어지고,

 

그렇게 100일 버티다 이제는 녹초가 될 즈음.... 그때 아기는 진정한 사람으로 거듭나 기쁨이 되어주는 거다.

 

 

 

남녀간의 100일도 그런 의미일까?

눈맞아 좋은 시간 잠시

닮은 것과 다른 것을 알아가며

부딪히고, 다투고, 인정하고,

그래서 진정한 커플로 다시 태어나는 때.

 

 

인간으로서 거듭난 나의 조카 승호....

이제 녀석은

 

안돼!

하지마!

 

이런 말을 들으며 세상의 벽과 마주서는 고통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부디 용감하고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길........

 

 

그런데 승호야~ 궁금한 게 있어.

 

넌 마늘과 쑥도 먹지 않았는데 어떻게 100일만에 인간이 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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