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매일같이 남영동을 지나.
거의 대부분은 창문에 머리 부딪히며 자버리지만
가끔씩 깨어있으면 옛날 생각을 하게 돼.
우리가 종종 가던 그 커피숍은 없어졌어.
작고 어두웠지만 커피랑 케이크는 맛있었는데...
박스팝 따다가 너무 덥고 힘들고 일은 안되고... 그렇게 지치면
"언니 우리 조금만 쉬다 하자" 하고는 들어가고,
일 끝내고 후련해 하면서 들어가고,
또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변 아저씨랑
우리가 좋아하는 박티쳐랑
네가 좋아하는 홍.... 뭐더라? 암튼 남매같던 그 분이랑
같이 너의 이모네서 회 먹고
모모 여인이랑 먼저 가버린 박티쳐를 미워하면서 그 집에 갔었잖아.
어느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주 우연히 고개를 돌렸는데 그 집이 없더라구.
작고 어두워서 지나가면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집이었잖아.
그래서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르게 없어져 버렸더라구.
그 집이 없어진 다음부터는 남영동 지나갈 때 디따 쓸쓸하다.
우리도 예전처럼 함께 있지 않고
우리가 같이 다녔던 추억의 장소도 있지 않게 되어서 그런가봐.
아주 오래전부터 너한테
그 커피숍이 없어졌다는 이야길 해 주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말하게 됐네.
그 시절이 힘들지 않게 기억되는 건
- 난 정말 하나도 안 힘들었는데, 그때 주위 사람들이
나보고 살 빠졌다고.. 그래서 변아저씨가
미안해하고 안쓰러워 한다고 했었거든 -
그때 너랑 같이 일해서 그런 걸꺼야.
일을 못한 사람은 나였는데
발을 동동 구른 건 늘 너였잖아.
나는 네가 인터뷰하러 갈때 별로 동행도 안해줬었구.
...
그때는 너두 있었고,
내가 아저씨를 미워하지두 않았구,
둘이 같이 박티쳐를 재밌게 해 주겠다는 목표도 있었는데...
나 아마도 늙었나봐.
이렇게 옛날이 모두 아름답고 그립게 느껴지다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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