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꿈... 그 후의 이야기

약간의 거리 2004. 6. 4. 16:59

 

색맹인 어떤 남자가 있어요.
하루는 제 전화기를 빌려쓰던 남자가 묻습니다.

"통화버튼이 어떤 거야?"
"초록색이요."
"응? 어느건데?"
"아이~ 참..."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가 색맹이어서 이렇게 말해 주면 알아듣지 못한다는 게...
제 전화기는 통화버튼은 초록색 전화기, 종료버튼은 붉은색 전화기로 되어 있거든요.

"왼쪽꺼요."


새로 개통된 7호선 전철역을 걷다가 그가 제 곁으로 다가와서는 조용히 묻습니다.

"7호선이랑 2호선은 색깔이 어떻게 틀려?"
"음... 2호선은 초록색이구요, 7호선은 쑥색...."  갑자기 화가 났습니다.


"색깔 모르면 어때요? 커다랗게 7자, 2자 이렇게 써 있잖아요. 숫자 못 읽어요?"
"그게 아니구.... 가끔 후배들이 -선배! 이거랑 이거랑 어떻게 틀린지 알아요- 하고 묻거든...."
"그 사람들은 왜 그런 걸 물어요? 정말 웃겨!!!
그냥 2호선은 초록색이고, 7호선은 쑥색이라고 얘기 하세요."

그런데 그 차이를 뭐라고 설명해 주어야 할지가 왜그리 막막하던지....

 

(2001년 4월 8일자 칼럼 중....)

 

 

 

꿈속에서 그가 중앙선에 서 있던건
그가 색맹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신호등을 분별하지 못하는 그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에선 늘 무단횡단을 한다.

아마도 지난 밤에 그가 나타난 건
요즘 바뀐 버스를 보면서 내가 늘 그를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바뀐 버스의 색깔도, 그리고 영문으로 써 있는 글씨도
색맹인 그에겐 불편할 뿐일 테니까.

어제는 그런 생각을 했다.
혹시 버스의 번호도 색깔을 맞추면 어쩌나?
"2호선과 7호선은 어떻게 색깔이 달라?" 하고 묻던 그는 아마
버스를 타지 못할지도 모른다.

색맹이라는 이유로 뚜벅이 일수밖에 없는 그에게
대중교통이나마 편하게 이용할 수 없게 만드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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