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신작 소설을 읽다가 나도 용서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용서" 라는 건
결국 나 자신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다.
한때는 미안해 했고,
한때는 화가 났었고,
한때는 미워했던,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이 엉킨 채로 기억에서 지워내려고 했는데...
그럴 즈음 문득, "용서" 해 주고 싶어졌던 거다.
그날은 기분이 좋았다.
모처럼 옛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서로의 이상한 성격에 대해서 깔깔대며 놀려대다가,
안주 없이 동동주를 먹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자고,
호리병에 담아주는 동동주병을 흔들며 마시고,
그래도 김치라도 있어야하지 않느냐며 쉬어꼬부라져서 정말로 먹기 힘들 지경이 된 배추김치를 꺼내다주는 친절한 주인아저씨까지...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책 속 주인공들처럼 너무 오랜 세월 미움이나 아픔같은 걸 담아두고 싶지 않았고,
지금은 마침 기분도 너무나 좋아서,
정말로 흔쾌히 모든 것을 용서하고 마음을 새털같이 가볍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네"가 아닌 "나"를 위한 거였다.
그런데...
용서라는 거...
나는 할게 있었지만 상대는 받을 일이 없었던 거다.
그걸 몰랐다.
허! 무슨 용서? 웃기시네~
라고 상대가 말해버리면,
그렇게 되어버리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꿈에도 생각 못해 본 거였다.
참담하며 당혹스러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