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전화 두 통

약간의 거리 2004. 4. 3. 23:29

아저씨들의 특징 중 하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꼭 전화를 걸어 온다는 거다.

문자찍는 법을 그렇게 열심히 가르쳐 주건만, 그날 뿐.

날이 바뀌면 언제 배웠냐는 듯 통화버튼을 바로 눌러 버린다.

 

덕분에 어제는 반가운 전화를 두 통씩이나 받게 되었지만...

 

***

 

-어? 오빠~!

-응.. 어디 앉았길래 목이 아퍼?

-두번째 줄이요.

-응... 내 연기 어땠어? 나 연극하는 거 어때?

-좋았어요. 난 드라마보다 무대에 있는 게 좋더라

...

...

이번 연극은 오빠도 스스로 작품에 대한 만족이 큰 것 같다.

 

-마지막 공연 경숙이랑 갈거니까 그때 시간되면 뵈요.

-한번만 보면 되지 뭘 몇번씩 보냐?

-경숙이가 보재요... 그리구 첫 공연이랑 마지막 공연이랑 보구 얼마나 일취월장했나 비교해 봐야지.

 

무대는 점점 작아졌지만, 연기는 점점 좋아진 것 같고, 작품도 그러니 보는 나도 하는 오빠도 즐거운가보다.

 

 

***

 

친구네 돌잔치 가는 길.

영등포구청역 2호선 방향 두번째 칸 앞에서 다른 친구랑 만나기로 했다.

좀 늦는다고 하길래 갈아타는 곳 통로에 서 있는데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영등포구청역에서

친구랑만나기로했

는데친구는안찾고

선생님지나가나만

살피고있네요^^

 

답이 없어서 치~

이러구 있다가 친구를 만나고 지하철을 타고 열심히 달려가는데 벨이 울린다.

 

-일찍도 하시네

-너 언제 문자 보냈는데?

-아~까, 아까 보냈죠.

-그래서 친구는 만났어.

-네. 술마시고 계시죠?

-아냐. 지금 퇴근하는 거야.

-왜 이렇게 늦어요?

-눈치보느라구

-치~ 높은 자리 사람이 누구 눈치를 본다구

-아랫사람 눈치...

-뭐 좋은일 없어?

-네. 아참, 은기네 이사했대요^^

(듣고 싶은 대답이 이게 아닌 줄 알면서도 하는 나의 딴소리)

-어디루?

-몰라요. 근처래요... 은기가 술사달래요~

-그러지. 근데 걔가 술이나 마실 줄 아냐?

(은기는 박티쳐랑 나랑 술마시면 옆에서 두사람 취할까봐 늘 조마조마 지켜만 보던 녀석이다. 가끔은 내가 취할까봐 먹지도 못하는 녀석이 낼름 내 잔을 비워버리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우리둘 때문에 주량이 소주 넉잔까지 늘었다나~)

-이제 잘 마신대요. 아줌마 돼서 주량이 늘었나봐요.

 

 

반갑고 보고 싶은 사람들.

떠난 뒤 아쉬운 건 이런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거.

모진 내가 그나마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몇 안되는 사람들.

그래서 아주 뜸~하지만,

1년에 한번쯤은 먼저 연락하게 되는 사람들.

 

역시 이번 4월은 뭔가 즐겁고 놀라운 일이 많이많이 생길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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