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길들인다는 것

약간의 거리 2004. 3. 31. 10:37

칼럼을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접하는 글.

 

어린왕자.

 

어쩌면 내가 어린왕자를 너무나 좋아해서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지도 모르겠지만.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야."

 

" 길들인다는 건 뭐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매일 같은 시간에 와. 네가 매일 오후 4시에 나를 찾아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거야."

 

 

어린왕자가 사막에서 노란뱀과 이야기를 나누며 1년 전 자기가 떨어진 자리를 찾고 있을 때,

조종사 아저씨가 뭔가를 알아채고 어린왕자를 찾아 나섰을 때

 

그리고 마지막에...

사막을 걷다가 이런

어린왕자 별

-쌩떽쥐베리는 이보다는 훨씬 잘 그렸다.

그는 이미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 그림과

우리에 갇힌 양, 그리고 양을 묶어 둘 끈까지 그려본 경험이 있으니

그림 실력이 나보다는 훨씬 나을테니까...

 

 

 

장면을 만나면 어린왕자를 생각해 달라고 말했을 때.

또 어딘가에서 어린왕자를 만나거든 자기에게 꼭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때마다 나는 어린왕자가 길들여 놓고 떠난 여우가 생각났다.

여우는 밀밭을 볼때마다

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키고 4시를 지나칠때까지

늘 ~~~~~~~

 

자기를 길들여 달라고 부탁했던 그 날을 후회했을런지도 모른다.

 

3시, 4시가 지나고 5시쯤 포기하고 나서

6시나 7시쯤이 되면,

그리고 잠이 들어 꿈나라에 가게 되면 밀밭의 노란 빛깔에 어울리는 추억이 있어 잠깐씩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파랗던 밀이 노랗게 물들어 가는 계절이 되면

몹시도 그 계절을 우울하게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아름답다는 여우의 가르침과 더불어 또 하나의 가르침.

나 스스로가 길들여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과연 옳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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